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으면서 언제 어디서나 공유할 수 있는 신개념 서비스가 글로벌 시장 새로운 트렌트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카셰어링(차량 공유), 라이드셰어링(승차 공유) 서비스는 자동차 소유 개념을 소비로 변화시키고 있다. IT 기술이 발전할수록 자동차 산업은 물론 연관 산업까지 혁신적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네비건트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 공유 시장 규모는 연평균 21.8% 성장해 2020년 35억달러(약 3조9600억원), 2024년에는 65억달러(7조36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최근 우버는 직장 내 성추행과 해외 공직자 뇌물 제공 혐의 등 여러 악재에도 여전히 글로벌 카헤일링(차량 호출) 서비스업 77%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미국 성인 4800만명이 1회 이상 우버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성장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우버는 자율주행차 개발 등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성장을 가속하고 있다.
유럽은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차량 공유 시장이 대중화된 사례다.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를 보유한 다임러그룹은 카투고 서비스를 론칭했다. 카투고는 유럽과 북미, 중국 등 25개 도시에서 고객 330만명을 보유하고 차량 1만4000대 이상을 운행 중이다.
다임러는 완성차업체 중 유일하게 택시 호출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마이택시는 승객과 택시기사를 직접 연결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유럽 10개국 70개 도시에서 1400만명의 고객과 16만명의 등록 택시기사를 보유하고 있다.
그랩은 동남아시아판 우버로 불린다. 2012년 설립해 현재 동남아 차량 호출 서비스 시장 75%를 점유한 현지 1위 업체다. 동남아 8개국 168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등록 운전자 수는 230만명, 일평균 350만건 운행을 기록하는 등 현지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동남아는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하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그랩 성장의 배경이 됐다. 그랩은 규모 면에서 중국 디디추싱, 미국 우버에 이어 글로벌 차량 공유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도 그랩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1월 그랩에 상호 협력을 위한 전략 투자를 단행했다. 투자는 출자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규모는 수백억원대로 알려졌다. 2월에는 삼성전자가 그랩과 전략적 제휴(MOU)를 체결했다. 삼성전자와 그랩은 등록된 운전자가 최신 스마트폰을 더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파이낸싱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키오스크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에 삼성전자 제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디디추싱은 중국 승차 공유 시장 90% 이상 점유한 1위 업체다. 소프트뱅크가 최대주주인 디디추싱은 텐센트, 알리바바, 애플 등 글로벌 투자자가 주요 주주로 참여한 중국의 대표 유니콘 기업으로 꼽힌다.
중국은 기존 서비스 업체 외에 국유 자동차 3사가 승차 공유 시장에 공동 진출하면서 시장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디이, 둥펑, 충칭창안 중국 국유 자동차 3사가 공동 브랜드를 만들고 승차 공유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업계는 외국계 기업과 본격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승차 공유 시장 공동 진출로 3사는 수집한 막대한 데이터를 자율주행차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제조업 강국을 목표로 하는 산업 정책인 중국 제조 2025 일환으로 국유 자동차 업체 경쟁력을 승차 공유 시장에서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시아 자동차 강국 일본도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일본 차량 공유 서비스 회원 수는 132만명으로, 5년 전보다 5배로 증가했다. 젊은층이 자동차 보유를 꺼리면서 수도권에서 자가용 차량을 보유한 세대 비율은 2011년 71%에서 지난해 64%로 감소했다.
일본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타임즈카플러스는 기본요금을 내면 렌터카보다 차량을 저렴하게 빌릴 수 있다. 타임즈카플러스 운영 회사는 주차장 업체 파크24로 차량을 일본 전역에 퍼져있는 주차장에서 빌릴 수 있다는 강점을 내세웠다.
차량 공유가 본격 성장세에 진입하자 그동안 판매 수요 감소를 우려해 머뭇거리던 일본 제조사도 시장에 가세했다. 혼다는 지난해 11월부터 차량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고, 토요타도 서비스 도입을 준비 중이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