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삼 UNIST 자연과학부 교수팀이 분자와 물 사이에서 일어나는 매우 빠른 움직임을 실험으로 관측하고, 이 움직임 덕분에 단백질 같은 분자가 수용액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수분이 많은 인체에서 단백질이 안정된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를 밝힌 최초의 연구 성과다.
물속으로 다른 물질이 들어오면 수소결합 때문에 구조나 성질이 달라진다. 하지만 우리 몸은 단백질이나 핵산 같은 생체분자들이 수분 속에서 안정된 구조를 이루고 있다.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비공유 상호작용(엔-파이스타 상호작용)'이라 추정했다.
엔-파이스타 상호작용은 전자를 공유하지 않으면서 원자 간에 결합이 이뤄지는 현상이자 이론이다. 결정 상태의 단백질 구조에서 많이 관찰할 수 있는 있지만 물속에서도 이 현상이 나타나는지 입증한 실험은 없었다.
김 교수팀은 '이차원 적외선 분광법(2D IR)'을 활용해 물속에서 엔-파이스타 상호작용이 나타나고, 수소결합과 경쟁하면서 분자를 안정화시킨다는 걸 확인했다.

물속 수소결합 에너지는 엔-파이스타 상호작용보다 강하기 때문에 기존에 물속에서 엔-파이스타 상호작용이 실제로 나타나고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알 수 없었다.
김 교수팀은 엔-파이스타 상호작용이 나타나는 '페닐 포메이트(PF) 분자'를 물과 다른 용매에 녹여 2D IR로 관찰했다. 물 함량을 조절하면서 수소결합 변화를 동시에 살폈다. 물이 많아질수록 수소결합 구조의 비율이 늘어났고, 두 구조가 서로 바뀌는 속도도 빨라졌다.
김 교수는 “물을 매개로 하는 두 구조 사이의 빠른 교환이 단백질을 비롯한 생체분자의 구조를 더 안정하게 만든다”며 “물과 대상 분자의 수소결합이 끊어지고 연결되기를 반복하면서 무질서도가 증가하고, 약한 에너지를 지닌 엔-파이스타 상호작용도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