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산업은행이 한국지엠 연구개발(R&D) 관련 법인을 분리에 대해 미리 알고도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본 계약서 체결 전 한국지엠이 법인분리를 제시했지만, 기본계약서 체결당시 다루지 않으면서 현재 상황이 초래됐다는 것. 법인 분리는 양측이 체결한 특수조항 상 비토권 행사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되돌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22일 서울 을지로 IBK 기업은행 본사에서 개최된 '2018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지난 4월 한국지엠이 법인 분리안을 제시했다”면서 “당시 충분한 협의를 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기본계약서에 담는 것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무위 소속 여야의원들은 '제2의 론스타사건' 이라면서 이 회장의 안일한 인식과 대처방식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4월에 법인 분리 가능성에 대해 이미 알게 됐는데, 기본계약서에 분리 불가 조항을 넣었어야 한다”면서 “산업 구조조정 사령탑인 산은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은 큰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인 분리가 되면 한국지엠이 공장폐쇄 하면 비토권 대상이 되나”고 물었다.
이 회장은 “새로운 기본계약서를 합의하기 전에 주주감사건을 행사하려고 했지만, 한국지엠이 협조하지 않아 중단됐고, 새 협약서에는 1년에 1번 주주감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확약을 넣었다”면서 “신설법인에도 비토권이 적용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지엠은 신설법인에서 산은의 주주로서 권리는 승계되지만, 비토권 행사는 양사가 합의한 특수한 상황에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기본계약서 특수 조항 제11항에 따르면 지분상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법인흡수·합병·신설 등 조직개편은 비토권 행사 대상이 아니다.
고 의원은 “산은이 한국지엠과 합의 당시 비토권 확보로 장기 경영을 유지하도록 하고, 경영 독주를 견제할 장치를 마련했다고 말했지만, 실제 법인분리는 비토권 대상이 아닌 것”이라면서 “인천지법에서도 산은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산은이 면피용 행위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정관상 비토권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며 “저희가 알고 싶은 건 분할 과정에서 권리상 변동이 있을 수 모르니 그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경영정상화 합의 당시 산은의 7억5000만달러 지원(현재 절반 완료)에 대해 나머지 절반을 계속 지원할 것이냐는 질의에 집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나머지 3억7500만불 투자를 12월에 집행할 계획”이라며 “이를 거부하면 기본계약서가 파기돼 (한국지엠이) 언제라도 철수 폐쇄할 수 있다. 나머지도 지불해야 10년간 설비투자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지엠이 노조와 합의한 단체협약이 신설법인에는 승계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최종 한국지엠 부사장은 “신설법인 개별 근로조건은 지속되기 때문에 신설법인 근로자는 현재 단협에 있는 근로조건이 적용될 것”이라며 “다만 단협이 신설법인에 승계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중앙노동위원회는 한국지엠 노조가 제기한 쟁의조정신청에 대해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노조 측은 업 권한을 포함한 쟁의권을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