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역직구, '따이공'에 타격..."K뷰티 산업 위축 우려"

중국 '따이공(代工, 보따리상)'이 국내 온라인 역직구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 면세점에서 구매한 화장품 등을 현지에 싼 값에 유통하면서 역직구 수요를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가격 교란으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 제조사 경쟁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점 업계가 따이공에게 판매한 화장품 매출은 약 3조원 수준이다. 2017년 면세점 시장 규모 14조원을 기준으로 화장품 매출 비중 45%, 중국인 고객 비중 60%, 중국인 고객 중 따이공 비중 80%를 조합해 산출했다.

개인형 따이공은 여행자를 가장해 한국 면세점에서 제품을 구매한 후 중국으로 반입한다. 해당 제품에 일정 이윤을 붙여 타오바오 등 개인 판매 채널에서 판매한다. 제품에 따라 최대 50% 이상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소비자는 따이공 상품을 구매하면 현지 판매 가격 보다 20% 저렴한 가격 혜택을 볼 수 있다. 정식 유통 상품이나 역직구 사이트를 이용하기 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 따이공 상품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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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규제가 없는 상품을 대규모로 중국에 유통하는 기업형 따이공은 국내 중소 화장품 제조사를 위협한다. 중간 유통과정에서 품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모조품이 혼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제조사가 현지 진출 전부터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모조품을 사용해 피해를 입은 중국 소비자는 한국산 제품 전반에 불신을 가질 수도 있다. 업계는 현재 면세점의 전체 따이공 매출 가운데 5% 가량을 기업형 따이공 비중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는 기업형 따이공이 중국에 유통한 상품을 다시 한국으로 들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직접구매(직구) 사이트를 이용해 중국에 유통된 따이공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이공은 이윤을 조정해 한국 시장가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울 수 있다. 한국 면세점에서 구매한 글로벌 브랜드 화장품을 정식 수입 제품으로 포장해 유통시킬 공산도 크다.

역직구를 비롯한 온라인쇼핑 업계는 따이공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따이공이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싹쓸이하면서 일반 소비자의 구매 기회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한국 화장품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시장 진출과 면세점 품목 진입을 노리는 중소 화장품 브랜드 타격도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따이공의 불법 유통 탓에 한국 뷰티 브랜드가 축적한 시장 경쟁력이 무너질 수 있다”면서 “국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