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전 국민의 약 1.3%인 52만명이 불법사금융(미등록 대부업체·사채)에서 7조원에 달하는 돈을 빌려 쓴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대부업까지 포함한 전체 대부이용자는 125만명, 금액만 24조원에 달했다. 시중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향후 상한금리 인하에 따라 시중은행 및 저축은행의 대출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악화할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23일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17년 불법 사금융시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국내 미등록 대부업체·사채 등 불법사금융 시장의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6조8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이용자만 51만9000만이었다. 등록 대부업체의 대출 잔액은 총 16조7000억원, 이용자는 77만9000명이다.
불법사금융의 금리는 연 10~120% 수준이었다. 전체 이용자의 2%인 1만 명은 연 66%를 초과하는 초고금리를 부담했다. 조사 시점인 작년 말 기준 법정 최고 금리인 연 27.9%보다 높은 금리를 부과받은 경우도 36.6%로 전체 이용자 3명 중 1명꼴에 해당했다. 금리가 연 20% 이하인 대출자는 전체의 26.8%에 불과했다.
불법사금융 이용자는 주로 경제활동 중이면서도 생활·사업자금이 필요한 월소득 200만~300만원대(20.9%), 40~60대(80.5%), 남성이 가장 많았다. 이 중 60대 49.5%는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25.7%는 상환이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업별로는 생산직이 29.9%로 가장 많았고, 자영업(29.8%), 사무직(18.1%), 가정주부(12.7%), 무직(5.7%), 농림어업(3.5%), 학생(0.3%)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불법 사금융 대출자의 50%는 대출 기간이 짧은 만기 일시 상환 대출을 사용했다. 대출자 36.6%는 “대출금 상환이 어렵다”고 답했다. 5.1%는 대출 상환이 아예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향후 시장여건이 악화할 경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례로 과거에도 상한금리 등이 인하될 경우 은행이나 저축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져 대부업 등이 증가하는 사례가 있었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금리인하 효과를 확대하기 위해 저축은행 신규·기존 재계약 고객에 대해서 최고 금리인하 소급적용이 담긴 새 약관을 이르면 11월 중순께 적용하기로 하면서 저신용자의 대출문턱이 더 좁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저축은행의 저신용자 비중은 2016년 말 30.1%였지만, 올해 24.6%까지 줄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한금리가 낮아지면 은행이나 저축은행의 경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비교적 신용도가 낮은 고객의 대출을 거절하는 사례가 많다”며 “상한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장여건에 따라 대부업으로 이동하는 소비자들이 대거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