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새 대전 관사가 대기업 제품 일색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개 행사 때마다 외부에는 중소기업 제품 구매를 호소하면서 정작 내부 구매는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기선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중기부로부터 제출받은 '관사 운영 현황' 및 '관사 구입 물품 목록' 등에 따르면 홍 장관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새 관사를 임대해 사용 중이다.
대전에 92.88㎥ 규모 아파트를 약 3억 3000만원에 임대(전세)했다. 중기부가 청 시절부터 보유하고 있던 76.57㎥ 아파트는 차관이 지난해 7월부터 사용 중이다. 중기부 측은 차관이 먼저 보유 관사에 입주한 상태여서 장관 몫 관사를 새로 임대했다고 설명했다.
중기부는 홍 장관 새 관사 입주를 위해 지난해 12월 7일부터 14일까지 각종 가전과 가구를 들였다. 구매 품목은 총 26가지로 금액은 1619만9000만원이다.
구매목록에는 대부분 대기업 제품이 이름을 올렸다. 전자제품은 삼성전자 TV(83만원, 108㎝), 공기청정기(57만원)와 LG전자 컴퓨터(110만원), 냉방기(195만원) 등이 포함됐다. 이 밖에 동부대우전자 냉장고(141만원)와 세탁기(50만원) 등도 구매했다.
가구는 전부 현대리바트 제품을 구입했다. 침대(272만원, 매트리스 포함)와 크레덴자(68만원), 소파(236만원), 책장, 식탁, 서랍장 등이다.
홍 장관이 취임 직후부터 줄곧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제품을 구매해 달라고 호소했다. 내년 최저임금 10.9% 인상 결정으로 업계 반발이 극에 달했던 7월 중순 무렵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를 잇따라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중소기업·소상공인 제품 구매를 권유했다.
7월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가진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도 “노동자와 중소기업, 소상공인은 공동운명체”라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물건을 사주는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해 달라”고 강조했다. 또 “물건을 살 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매출이 늘어야 임금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며 “조금 불편하더라도 중소기업 상품을 사달라”고 요청했다.
김기선 의원실 관계자는 “중기부에서는 홍 장관이 입주하기 전에 담당 직원이 가구와 가전을 구매하기 시작해서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가구와 가전 구매 시점은 홍 장관 관사 입주 이후”라며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부처 수장으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김기선 의원은 “중소기업 제품의 전도사를 자청하는 홍종학 장관의 말과 행동이 표리부동한 것”이라며 “중소기업을 살리겠다고 목소리만 냈지 정작 중소기업 제품 구매는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