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화재배와는 인연이 좋은 것 같다. 한국기사로 혼자 남은 만큼 더 진지한 자세로 승부하겠다.” 안국현 8단의 어깨가 무겁다. 한국기사로는 유일하게 삼성화재배 4강에 오른 안 8단이 지난 3년간 중국에 내주었던 우승 트로피 탈환에 나선다. '별들의 제전'으로 불리는 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준결승전이 오는 11월 5~7일 대전시 삼성화재 유성연수연 특설대회장에서 열린다. 3번기로 겨루는 대진은 안국현-탕웨이싱, 커제-셰얼하오 승부로 짜였다. 이 같은 한〃중 간 4강 구도는 4년째 같다.
대회에 한국은 11명의 기사가 본선 32강전 무대에 올랐으나 16강, 8강전을 거치면서 랭킹 1위 박정환 9단과 2위 신진서 9단 등 10명의 기사가 고배를 마시고 안국현 8단이 나홀로 살아남았다. 안 8단의 4강은 2년 연속이며, 상대도 중국 탕웨이싱 9단으로 같다. 준결승전이 2년 연속 중국 국내대회 성격을 띠게 될 뻔했던 위기를 막아냈다. 안국현의 메이저 대회 8강은 지금껏 세 차례다. 그 중 두 차례가 삼성화재배 4강일 정도로 좋은 인연을 맺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4명의 중국기사(천쯔젠 5단, 퉁멍청 7단, 양딩신 7단, 롄샤오 9단)를 연파하며 '중국 킬러'의 명성을 입증했다.
삼성화재배와 인연을 비교하자면 탕웨이싱은 안 8단보다 더하다. 2013년 혜성같이 등장해 우승을 차지했고 2014년 준우승, 2015년 4강, 2016년 8강, 2017년 준우승을 기록했다. 안 8단은 전기 대회에서 탕웨이싱 9단에게 먼저 1승을 거뒀으나 2연패하면서 결승 진출이 좌절된 바 있다. 통산 상대전적도 그 때의 1승2패가 전부다. 첫 메이저 결승을 노리는 안국현에게는 이번 4강전이 설욕전인 셈이다. 세계 랭킹은 안국현이 20위, 탕웨이싱이 11위이다. 올해 대회를 마치고 군입대 계획을 밝힌 안국현이 생애 첫 세계대회 결승 진출로 함박웃음을 터트릴지 기대된다.
반대편에서는 신아오배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과 LG배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랭킹 14위 셰얼하오 9단이 맞선다. 현역 세계 챔프 간 준결승전이다. 커제는 2015~2016년 삼성화재배 우승자이기도 하다. 준결승전을 이긴 두 명은 1억원 상금을 확보한 가운데 12월에 속행되는 결승3번기에 나서 스물세 번째 삼성화재배 우승 트로피에 도전한다.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는 총상금 규모 8억원, 우승상금 3억원이며, 그동안 한국이 12회, 중국 8회, 일본 2회 우승했다.
김광회 넥스트데일리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안국현 8단 인터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일하게 4강에 올라 삼성화재배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4강까지 올라서 기쁘지만, 혼자 남아 아쉽다. 우승까지 바라보겠다.
-준결승 상대가 지난해와 같이 탕웨이싱인데, 상대전적과 장단점은.
▶작년 1승2패로 열세다. 기풍은 치열하고 실리적이다. 사실 힘으로 막 밀어붙이는 기사에게 약한 편인데, 이번에는 자신감을 가지고 두겠다. 상대를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인공지능이 프로기사들의 파트너가 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공부방법이 예전에 비해 확실히 달라졌다. 어려운 부분이나 초반 포석, 형세판단 등을 보고 배울 수 있어 좋아졌다.
-국제기전에서 한국이 중국에 비해 최근 밀린다. 원인과 전망은.
▶당연히 중국이 잘 두는 기사가 훨씬 많아 나온 결과다. 특출난 인재가 나오면 해볼만 할 것 같다.
-올해 계획이나 각오는
▶다른 것보다 우선 삼성화재배에 집중할 생각이다. 시합이 끝나면 군대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