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는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계획으로 택시업계 반발이 크다. 우버, 디디추싱과 논란이 되고 있는 카풀서비스는 모두 전통 물류나 교통사업자가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차량과 수요자를 스마트폰으로 연결해 주는 네트워킹 서비스 회사로, 모바일이 탄생시킨 새로운 모형의 기업이다.
올 4월 중국에서 새로이 유니콘 기업으로 등장한 만방그룹은 60억달러의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트럭 산업계 우버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물류를 담당하는 트럭은 매우 복잡한 구조로 얽혀 있다. 자영업자 대부분이 지입 차량으로 브로커를 통해 물건을 이송하고 있다. 중국의 물류 산업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비효율이다. 높은 물류비용은 국가 경쟁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GDP의 8% 수준인 미국과 비교해도 두 배 가까운 비용이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처지다.
택시와 달리 트럭 물류 서비스는 이동하는 상품에 따라 상품의 보관과 하역 등 별도의 특화된 지식 및 서비스가 필요하다. 도심과 도시 간 이동에 따른 물류 수단을 연결해야 하는 복잡성이 존재한다. 이런 이유로 물류 산업은 중간 브로커가 연결해 왔다. 광활한 영토의 중국은 2016년 기준으로 이미 500만대 대형 트럭과 1400만대 중소형 트럭이 운영되고 있었다. 물류 시장 규모만 5조위안(약 818조원)이고, 트럭 물류만 해도 200조원이 넘는다.
개인의 지입 차량으로 쪼개진 물류 시장에서 자영업의 트럭 운전자는 영세하다. 일하는 시간의 40%는 일거리가 없어 트럭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브로커 수수료는 높아서 수익성이 낮다. 이 산업을 혁신하겠다고 나선 물류 연결 서비스 회사가 만방그룹이다. 이 회사는 현재 700만대 트럭 가운데 520만대 트럭 운전자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125만 물류회사를 고객으로 확보한 거대한 플랫폼 회사다. 하루에 물품 약 700만개, 물동량 1300억톤이 이 플랫폼을 통해 운반된다.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CEO) 왕강은 디디추싱에 투자한 엔젤투자자이자 디디추싱의 이사회 의장이다. 그는 만방을 중국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다.
만방은 2017년 윈만만, 훠처방으로 불리는 트럭 호출서비스 경쟁 회사 합병으로 탄생했다. 윈만만은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사모펀드 회사 '윈펑캐피털'과 미국 실리콘밸리의 거대 벤처캐피털 '세쿼이아'의 투자를 받은 회사다. 합병 과정에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이 거느린 투자펀드회사 캐피털G, 텐센트 지주회사, 중국의 국영 투자펀드인 중국 리폼펀드 등으로부터 20억달러 가까운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이 회사의 가치가 높게 책정된 것은 현재 트럭 연결 서비스의 수수료 수입이 아니다. 만방의 전신 윈만만은 2013년 트럭 호출 회사 가운데 최초로 클라우드 서비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처음 적용했다. 이런 이유로 알리바바 마윈 등의 지지를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만방은 자율주행 트럭에 의한 미래 물류 컨트롤 회사로서 비전을 세우고 투자 자금을 인재 육성에 쓰고 있다. 여기에 선두에서 투자를 해 준 소프트뱅크는 토요타와 자율주행 개발에 전략 협력을 하고 있다. 미래 물류의 혁신 기업 가운데 선두 주자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배경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물류 시장이 기존 사업자의 반발로 인해 디지털 혁신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다. 그것을 타개할 정치 리더십도 보이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혁신의 파도가 거세게 일고 있음에도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준비에 손을 놓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