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를 대표하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6'를 다시 시승했다. QM6와 세 번째 만남이다. 2년 전 출시 당시 디젤 모델, 지난해 새롭게 선보인 가솔린 모델, 이번엔 2019년형 가솔린 모델을 타봤다. 한 차종을 세 차례나 시승하는 일은 흔치 않지만, 타볼수록 매력적인 차량이라는 생각은 분명해졌다.
지난 두 차례 시승에서 만족도는 가솔린이 높았다. 소비자 선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달 QM6 구매 고객 10명 가운데 8명은 가솔린 모델을 골랐다. QM6 가솔린은 출시 이후 1년 만에 중형 가솔린 SUV 최초로 누적 판매 2만대 돌파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국내에서 가솔린 SUV는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을 깨버린 셈이다.
이번 시승차는 소비자 취향을 반영해 완성도를 한층 높인 2019년형 QM6 가솔린(GDe) RE 시그니쳐이다. QM6 디젤 모델(dCi)로만 판매했던 최고급 트림 RE 시그니쳐를 2019년형부터 가솔린 모델로 확대 적용했다. 사양은 같지만 디젤 모델보다 290만원 낮은 가격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출시 2년이 지났지만 디자인은 올해 등장한 신차와 비교해도 충분히 세련된 모습이다. 8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글로벌 SUV답게 르노 브랜드 최신 디자인을 계승했다. 웅장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C자형 헤드램프와 근육질처럼 두툼한 차체 라인이 눈길을 끈다.
차체는 전장 4675㎜, 전폭 1845㎜, 전고 1710㎜로 현대차 싼타페보다 조금 작은 크기지만, 축간거리가 2705㎜로 넉넉한 편이라 실내 공간은 부족함이 없다. 르노삼성차를 시승할 때마다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인데 도장 품질이 프리미엄 수입차와 견줄 정도로 훌륭하다. QM6 디자인 완성도가 높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실내 역시 디자인 차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좌우 대칭 형태로 설계한 대시보드는 깔끔하면서 시각적 안정감을 준다. 시트는 물론 스티어링 휠과 도어 트림 등 실내 곳곳을 부드러운 재질의 가죽으로 덧대 고급스러운 느낌이 든다.
시동을 걸면 잔잔한 엔진음이 울린다. 가솔린 세단 수준의 우수한 정숙성은 QM6 가솔린 모델의 강점이다. 앞 유리에 열 차단 기능을 추가한 차음 윈드쉴드 글라스를 적용했고 소음 유입 가능성이 있는 차체 곳곳에 흡·차음재를 디젤 모델과 같은 수준으로 장착했다.
파워트레인은 2.0ℓ 가솔린 직분사 엔진에 엑스트로닉 무단변속기를 조합했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디젤처럼 폭발적이진 않지만 고속 영역까지 꾸준히 밀어주는 힘이 인상적이다. 제원상 최고출력은 144마력/6000rpm, 최대토크는 20.4㎏·m/4400rpm으로 높지 않지만, 공차중량이 디젤보다 180㎏가량 적어 차체를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디자인이나 주행성능 면에서 큰 변화는 없지만, 기존 강점을 살리면서 소비자가 선호하는 장비를 새롭게 추가한 점이 돋보인다. 시승차 RE 시그니쳐는 LED 비전 헤드램프, 19인치 투톤 알로이 휠, 가죽시트, 앰비언트 라이트, 사각지대경보시스템, 360도 주차보조시스템 등을 장착했다. 다만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같은 일부 능동형 안전장비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웠다.
실내에 자리한 8.7인치 S-링크 시스템에는 애플 카 플레이 기능을 추가했다. 시승차는 RE 시그니쳐만의 선택사양인 프리미엄 인테리어 패키지를 적용했다. 블랙 나파 가죽 시트를 비롯해 앞 좌석 프레스티지 헤드레스트, 블랙 스티치와 인조 가죽 커버를 통해 시각적·촉각적으로 만족감을 높여준다.
가솔린 SUV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비는 예상보다 잘 나왔다. 복잡한 서울 도심과 한적한 국도, 고속도로를 포함한 약 200㎞ 구간에서 11~12㎞/ℓ 수준을 기록했다. 시승차 공인 복합연비 11.2㎞/ℓ(도심 10.3㎞/ℓ, 고속도로 12.7㎞/ℓ)보다 다소 높은 수치였다.
2019년형 QM6 가솔린 모델 가격(개별소비세 인하 적용)은 2435만원부터다. 동급 중형 SUV와 비교하면 합리적이다. 이날 시승한 최고급 트림 QM6 가솔린 RE 시그니쳐는 2995만원에 판매한다. QM6 가솔린 모델 가운데 가장 비싸지만,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이다. 도심형 SUV에 고급스러움을 가미한 르노삼성차의 프리미엄 가솔린 SUV 전략이 시장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