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실리콘 가격 kg당 10달러 붕괴 눈앞...OCI도 못 버티면 중국 종속 우려

태양광 폴리실리콘 거래 가격 ㎏당 10달러 붕괴가 눈앞에 다가왔다. 폴리실리콘 세계 3위인 국내 기업 OCI도 견디기 어려운 가격이다. 태양광 업계는 제조 단가가 가장 낮은 중국 업체를 제외하고 이 가격에 맞출 수 있는 곳이 없다. 태양광 산업 출발점인 폴리실리콘을 중국 기업이 독식하면 국내 태양광 업체는 중국에 종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폴리실리콘.
폴리실리콘.

28일 태양광 정보 사이트 PV인사이트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 폴리실리콘 거래 가격은 ㎏당 10.01달러로 떨어져 또다시 최저치를 경신했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올해 초 ㎏당 17.83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내림세를 달리고 있다.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인 중국 정부가 지난 6월 태양광발전 보조금 삭감과 신규 프로젝트 중단 등을 발표하면서 수요가 급감, 가격 하락이 이어졌다. 10개월 새 폴리실리콘 가격이 약 40% 폭락했다.

'승자독식'을 기대하며 버티기에 나선 OCI도 ㎏당 10달러 붕괴는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다. OCI 폴리실리콘 제조 단가는 ㎏당 11~12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최근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으로 제조 단가를 낮췄지만 폴리실리콘을 생산해 판매할수록 손해가 커진다. 가격이 더 내려가 적자 폭이 확대되면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하는 것보다 더 나쁜 상황이 될 수 있다.

생산량 상당 부분이 장기공급 계약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손해가 늘어난다고 임의로 생산을 중단할 수도 없다. OCI 관계자는 “㎏당 10달러는 사실상 마지노선 수준”이라면서 “가격이 더 내려가면 견디기 어렵다”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 업체 위협이다. 중국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는 제조 단가가 낮기 때문에 ㎏당 10달러 이하로 내려가도 견딜 수 있다. 수출입은행 3분기 태양광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중국 최상위 폴리실리콘 업체의 제조 단가는 ㎏당 7.3달러다. 보고서는 회사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세계 최대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인 GCL로 추정된다.

가격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세계 2·3위 업체인 독일 바커와 OCI도 견디지 못하고 GCL만 살아남는 구도가 형성된다. 중국 1개 업체가 폴리실리콘 시장을 독식하는 모양새다.

최악의 경우 한화큐셀, LG전자,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등 국내 태양광 업체가 중국에서만 소재를 공급받아야 한다. 중국 GCL 등이 독점 공급자 자격을 취득하면 자국과 해외 업체를 공평하게 대할 것인지 장담할 수 없다. 중국 폴리실리콘 기업이 공급 가격을 차등 설정하면서 외국 업체를 고사시키는 전략을 펼 수도 있다.

태양광 업계는 국내 태양광 산업이 중국에 종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GCL은 자가발전과 정부 전기요금 인하 혜택을 받아 제조 단가가 낮다. 한국도 폴리실리콘을 특수 업종으로 지정하고 맞춤형 전기요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전기요금은 폴리실리콘 제조 단가 절반을 차지한다.

강정화 수출입은행 연구원은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OCI 등 국내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가 받는 충격이 커지고 있다”면서 “국내 태양광 산업 보호를 위해 정부가 전기 요금 인하 등 특별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폴리실리콘 가격 추이

[자료:PV인사이트]

폴리실리콘 가격 kg당 10달러 붕괴 눈앞...OCI도 못 버티면 중국 종속 우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