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추락하는 증시, 엄중하게 봐야 한다

증시가 추락한다. 떨어지는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코스피는 26일 연중 최저점을 찍었다. 나흘 연속 기록 경신이다. 지난해 1월 최저점을 찍은 후 2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이달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4조원 넘게 매도했다. 오죽하면 26일에도 주가 급락세가 멈추지 않자 청와대 청원 사이트에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호소문까지 올라왔다. 요지는 정부와 금융 당국 무관심 속에 국내 증시가 침몰하고 있다며 주식 시장에 신경 써 달라는 내용이었다. 2015년 8월 주가가 급락하자 기획재정부 주도로 경제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휴일을 반납한 채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던 때와 너무 대비된다는 것이다.

주가는 오르내림이 기본 속성이다. 매일 등락을 거듭한다. 그래서 증권 전문가는 추이를 볼 뿐 하루하루 등락에 대해서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최근 과민한 주가 폭락 반응이 호들갑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추세는 제대로 봐야 한다. 떨어져도 너무 떨어졌다. 1년 동안 최저치를 지나 거의 2년을 통틀어서도 저점을 찍었다면 분명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투매에 가까운 외국인 매도는 분명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주가는 경제를 보는 종합상황판이다. 성장률은 물론 기업 실적, 환율과 유가 등을 포함해 모든 경제지표가 모여 움직이는 게 주식시장이다. 무엇보다 증시는 지금 당장이 아니라 미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다. 투자자는 냉정하다. 주가가 요동친다는 것은 현재와 미래 모두 불안하게 봄을 의미한다. 우리 경제가 그만큼 우울하다는 얘기다. 급락 배경은 미-중 무역전쟁, 미국 금리와 환율 같은 대외 변수도 있겠지만 정부 경제 정책 방향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시장에서 계속 시그널을 보내는데 반응이 없다는 것은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음을 뜻한다. 상황을 좀 더 엄중하게 보고 경제 정책을 점검해 봐야 한다. 아직도 시장의 경고를 읽지 못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