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5월 출범한 광주·전남 소프트웨어(SW)융합클러스터 조성사업이 3년차를 맞았다. 오는 2020년까지 5년간 392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에너지와 지역 특화산업간 SW융합발전을 모색하는 대단위 프로젝트다. '혁신도시 시즌2'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과 산·학·연 기관들이 합심해 지역산업 생태계를 획기적으로 바꾼 상생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자신문은 지자체와 학계, 업계 관계자들을 초청해 절반의 반환점을 돈 광주·전남 SW융합클러스터 조성사업의 성과와 향후 과제 등에 대해 모색하는 좌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광주전남의 전략산업인 에너지산업에 SW·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SW융합클러스터 사업이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SW융합클러스터가 지역산업에 긍정적인 변화와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 혁신도시 이전기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김한식 전자신문 부장)=광주·전남 SW융합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지금까지 적지 않은 성과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성과와 변화가 있었나.
◇오치훈(유오케이 대표)=지역 중소기업이나 SW기업이 에너지 공기업인 한전 사업을 수주하거나 협업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한전이 지난 2014년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기대감이 생겼지만 협업의 통로를 찾기는 어려웠다. 한전이 SW융합클러스터 사업에 참여하면서 지역기업들이 개발한 제품을 곧바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여러 요소 기술을 집약한 융·복합 제품을 개발해 한전과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 무척 의미 있고 고무적인 일이다.
△양승학(호남대 교수)=광주전남이 에너지산업에 SW기술을 융합한 신산업을 창출했다는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지역 SW생태계는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지역의 대부분 SW기업들은 소규모, 영세기업들로 구성돼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1차 산업중심의 제조업이 지역의 주력산업으로 SW와 기술의 융합이 본격화되는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SW융합클러스터 사업을 통해 기업들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R&D지원사업을 통해 기존산업에 SW융합 기술개발에 대한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해외진출의 기회를 얻어 동남아 시장에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개발한 기술과 제품의 서비스 인증, 특허 등록을 통해 질적인 면에서도 성장하고 있다.
◇사회=지방자치단체와 혁신도시 이전 기관 간의 시너지를 통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선도적인 협업모델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가.
◇김종갑(전남도 신성장산업과장)=광주시와 전남도, 혁신도시 이전기관인 한전과 한전KDN의 공동협력 사업으로 초기부터 주목을 받았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한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시행하면서 서로 추진하는 사업 중에서 배울 것은 배우고 보완할 점은 상호보완하면서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
네트워크 활성화 사업을 통해 다양한 협업 모델을 발굴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전남도교육청과의 협력을 들 수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직접 찾아가 현장밀착형 SW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의 경우에도 시교육청과 협약을 통해 학부모와 함께하는 SW교육 캠프를 개최하는 등 지역 교육계와도 밀접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SW인재를 양성하는 동시에 지역 사회에 SW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한상태(한국전력공사 ICT기획처장)=한전과 한전KDN이 참여하면서 지역기업들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 무엇보다 지역 기업들과 상호 협력하는 과정에서 한전이나 한전KDN이 보유한 기술과 노하우를 지역기업들이 습득해, 기술력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광주전남 에너지 SW산업의 성장과 더 큰 발전을 기대한다.
◇사회=지자체와 공기업, 지역 기업이 탄탄한 협력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비결이나 요인은 뭔가.
◇김종갑=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SW융합을 통한 지역산업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양 지자체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에너지를 지역전략산업으로 한다는 공통점 아래 SW융합클러스터 사업을 통해 광주·전남을 에너지ICT 허브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업추진의 측면에서도 협력 네트워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전, 한전KDN, 양 지자체 산하의 진흥기관 등 직접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기관만 5곳이다. 기관 간의 유기적인 협력을 위해 정기적인 주간회의를 운영하는 등 탄탄한 네트워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업 홍보와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매주 서면으로 사업추진현황을 공유하고 한 달에 두 번씩 오프라인 회의를 통해 이슈사항에 대해서도 공동으로 논의하고 대응하고 있다.
◇문채주(목포대 교수)=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동력은 SW융합에 답이 있다. SW는 타 산업과 융합되었을 때 나타나는 상승효과가 매우 크다. SW융합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지역에서 추진하는 SW·ICT분야의 가장 큰 지원사업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고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특화분야인 에너지신산업은 ICT기술을 활용해 기후변화대응, 에너지 안보, 수요관리 등 에너지분야 주요 현안을 해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군으로 미래사회 변혁을 위한 혁신산업이다. SW융합클러스터는 산·학·연·관이 협력해 지역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에너지신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매력적인 사업이다.
◇한상태=광주·전남 SW융합클러스터가 에너지와 SW융합을 특화로 하는 것은, 지역 내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2014년 최초 한전의 '빛가람 에너지밸리 조성 기본계획'이 수립된 이래 한전은 광주시, 전남도, 나주시와 함께 혁신도시와 인근 지역에 에너지신산업 위주의 기업, 연구소 등을 유치, 에너지밸리 조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500개 기업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총 335개 기업과 협약을 체결했는데, 이 가운데 ICT기업은 100개가 있다. 한전은 'SW 오픈 랩 구축'을 통한 기업지원 인프라 확충, '학점연계 SW아카데미 운영'을 통한 인력양성 등 에너지신산업 생태계 확장과 선순환 구조를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SW융합클러스터는 에너지밸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업은 아니지만, 에너지밸리의 선도사업 성격을 띠고 있다. 에너지산업과 SW산업 동반성장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가 있다.
◇사회=남은 2년간 주안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분야나 사업이 있다면.
◇오치훈=기업 입장에서는 지역에 이러한 큰 사업이 지속적으로 있었으면 하는 것이 당연하다. 사업추진 프로세스의 전 주기에 걸쳐서 필요한 부분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창구가 단일화돼 있다는 것은 기업입장에서 매우 편리하고 좋은 일이다.
클러스터 사업은 한전과의 연계 기회를 제공하는 등 지역기업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사업을 통해 한전과의 협력관계를 구축해 잘된 기업이 있지만 아직 그 수가 많지는 않다. 후속사업이 성사돼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 더 많아질 필요가 있다. 이들 기업과의 협력으로 지역 SW기업 전체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양승학=SW융합클러스터는 궁극적으로 기존사업과 SW융합을 통해 지역 내 신시장 환경생태계를 조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업 매출 증대, 고용창출 등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신산업에 특화해 추진하고 있는 SW융합을 드론, 농업, 자동차 등 지역 전략산업 전반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확장을 통해서 광주와 전남의 산업 체질을 SW융합 산업 중심의 고부가가치 신산업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문채주=인력양성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부의 혁신도시 시즌2와 지역의 에너지밸리 조성 사업으로 SW융합클러스터 조성 지역에 에너지분야의 다양한 기업이 이전해 올 것이다. 지역 대학, 기업 등과 연계해 맞춤형 인재를 양성해 기업이 요구하는 현장인력을 공급해야 한다.
창업기업의 관리에도 힘쓸 필요가 있다. 신규창업도 중요하지만 창업기업들이 1,2년 내에 폐업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살아남아 지역 산업 생태계에서 자기 자리를 잡아 나가야 의미가 있다. 신규창업 기업들에게는 사업화 기획 등 컨설팅을 통해 기업을 꾸려나가기 위한 필수 지식과 전략을 전수해야 한다. 창업 기업에게는 아이템을 사업화할 수 있는 직접적인 자금지원에서부터 기업 입주공간 제공과 같은 배후 지원에 이르기까지 창업기업의 생존을 돌봐야 할 필요가 있다.
◇사회=2년 후 사업이 종료된다. 지역 SW·ICT산업 발전을 위한 후속 계획은 있는가.
◇김종갑=SW융합클러스터 사업은 2020년으로 종료된다. 이 사업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와 수요가 많아 사업을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클러스터2.0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신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과기부와의 협업을 통해서 2단계 사업비 확보를 위해서 노력하고 2단계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진흥원과도 지속적으로 협력하여 좋은 결과를 거두도록 하겠다.
◇문채주=정부가 혁신도시 시즌2를 추진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후속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혁신도시 시즌2에서 추진하는 '연계형 투자선도지구'로 나주가 선정돼 있는 것은 호재다. 투자선도지구로 규제특례를 적용받기 시작한다면 지금과 비슷한 규모의 기업지원으로 더 큰 효율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장점을 십분 활용해 SW융합클러스터 후속사업을 발굴, 지역 SW·ICT 생태계 발전을 가속화시켜야 할 것이다. 다만 혁신도시 시즌2를 통해 추진하는 지원활동을 연구해서 지자체와 진흥기관들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사업기획이 필요할 것이다.
◇양승학=광주·전남 SW융합클러스터가 현재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SW융합클러스터 사업이 끝남과 동시에 지금의 흐름이 끊겨서는 안 된다. 지나온 성과들이 SW융합클러스터가 지역 산업에 긍정적인 변화와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 증명된 만큼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체계적인 로드맵에 따라 사업을 발굴해낼 필요가 있다. 개별공모사업을 따와 지역 기업에 지원하는 것도 당연히 필요하다. 지자체와 진흥원이 스스로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를 내다보고 예타사업과 같은 대규모 사업을 발굴해 나갈 필요가 있다.
◇참석자 (가나다순)
△김종갑 전남도 신성장산업과장
△문채주 목포대 교수(에너지밸리산학융합원장)
△양승학 호남대 교수(광주·전남SW융합클러스터 운영위원)
△오치훈 유오케이 대표
△한상태 한국전력공사 ICT기획처장
※사회=김한식 전자신문 부장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