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다시 속도 조절론을 꺼냈다. 오래 걸리더라도 상관없다며 장기전으로 돌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유세 연설에서 “북한이 더 이상 핵실험을 하지 않는 한 비핵화에 시간이 오래 걸려도 상관 없다”고 밝혔다.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에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된 지 4개월밖에 안됐다”며 “전임 정부가 70년 동안 못한 일은 내가 해냈고, 더 이상 로켓도 미사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 기간에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시간 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네바다주 엘코에서 열린 정치유세에서도 북핵 문제는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거듭 '속도 조절론'을 주장하는 데는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성과가 부진하다는 미국 조야의 비판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보다 실속 있는 준비로 제대로 된 협상을 하겠다는 뜻이자 북한에 서두르는 인상을 줌으로써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에 더 큰 양보를 촉구하는 '시간끌기' 전략에 들어가는 수순이라고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경우 경제적으로 '밝은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북한은 경제대국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중국, 러시아, 한국 사이에 위치해 있어 너무 좋다. 환상적이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청와대는 부정적인 기류로 해석하지 않았다. 북미간 보다 심도 있는 비핵화 협상 단계까지 나아가기 위한 절차로 봤다.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언급처럼 핵실험이 더 이상 없으면 협상 부분이 다소 길어져도 상관없지 않겠냐”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양측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물이 나오면 이후 프로세스는 훨씬 더 빠르게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