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기억을 더듬어 어릴 적 성장통의 경험을 떠올려 본다. 다리가 유난히 아파서 뒤척이던 날이면 어른들은 "크려고 그런다" 했다. 혹자는 친절하게 "뼈가 자라는 속도를 근육이 따라잡지 못해서 그러는 거야"라고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그로부터 그때의 성장통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을 만큼의 시간이 흐른 지금, 필자는 그로스 해킹을 통해서 그때의 데자뷰를 느낀다.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
2010년 그로스 해킹이라는 단어의 탄생 이후, 한국에 건너와 화두에 오른 지 몇 년이 되어간다. 그 사이, IT업계의 속도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아이폰은 점점 커져갔고,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던 음성인식으로 사람들은 무언가를 하기 시작했고, 그로스 해커라는 직무명을 가진 사람들이 생겨났고, UX와 그로스 해킹, AI가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그로스 해킹의 정의들은 국내외 블로그에서도 많이 다루고 있어, 본 글에서는 정의를 생략하고 그 본질과 개념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생각나는 실리콘 밸리의 우수 사례들-드롭박스와 에어비엔비의 이야기를 넘어, AARRR, 데이비드 맥클루어 등... 그런데 멋진 카피라이팅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것이 그로스 해킹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그로스 해킹 사례에서 가져오는 핵심은 "오늘의 지표가 향후 목표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가정하에 미래의 사업 목표치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 사용자 경험을 수정한다"는 것에 있다. 어렵게 느껴졌다면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기 위해, 사용자 경험(UX)을 개선하는 사이클의 일부”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그로스 해킹을 잘못 오인하면, 근시안적인 마인드로 고객의 미간을 찡그리게 하는 스팸성 마케팅으로 오해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단지 고객을 유입시키는 것에서 그로스 해킹은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로스 해킹의 범위, UX를 포함해야"
그로스 해커라는 직무는 실리콘 밸리의 문화와 융합되어 확대되어왔다. 태생이 미국인 탓도 있고, 국내 사례는 잘 오픈되고 있지 않아, 에어비엔비 사례 등의 해외 사례로 처음 개념을 접한 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국내에서도 그로스 해킹 팀을 구축하거나, “그로스 해커"라는 직무가 아니더라도, 그로스 해킹을 외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로스 해커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력을 보면, 주로 세일즈 전환율 최적화, 콘텐츠 마케팅, 검색엔진 최적화(SEO), 이메일 마케팅 등의 이력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업무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로, 채용공고의 JD를 살펴보는 일을 꼽는데, 그로스 해커의 JD에는 엔지니어적인 역량과 마케팅 능력의 융복합적인 소양을 요구하는 곳이 많다. 그런데 그로스 해킹에 대한 사례들이나, 그로스 해커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마케팅과 데이터 분석 자체에 초점이 맞추어져 해석되는 듯하나 좀 더 눈을 넓혀 살펴보면, 각 기업 제품의 고객을 어떻게 획득할 것인가 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A/B 테스트, 랜딩 페이지 최적화 등으로 디자인의 경계까지 모호하게 무너뜨려버린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로스 해킹을 단지 마케팅의 일, 데이터 엔지니어의 영역으로 치부해버린다면, 서비스의 완결성에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로스 해킹 팀 구성 시에 데이터 분석, 마케팅뿐 아니라 UX 파트가 결합된 모습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 경험의 한 부분을 수정하면 다른 부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각 사업의 부분들이 어떻게 연관되어있는지 이해하며 사이클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제품과 고객에 밀접하게 닿아있는 UX 디자인에 처음부터 유의하며 프로세스를 실행해야 한다. 그리고 제품 없이는 아무것도 일어날 수 없으므로 그로스 해킹 팀 빌딩 시, 제품의 로열티를 담당하는 UX 디자이너, 제품 기획자의 역할도 같이 고려되어야 한다.
UX를 포함하여, 그로스 해킹 팀을 구성하였는가? 그렇다면 그로스 해킹 팀에서 UX 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엇일까? 제품 성장을 위한 그로스 해킹 과제들을 수행하자면 좋은 지표를 발견하고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실행력이 중요하다. 디자이너로서의 비주얼 디자인이라는 멋진 능력을 갖추었으니, 이제 실행력의 범주를 좀 더 넓혀 서비스를 이루는 수많은 데이터 중 우리의 유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무엇일지, 유의미한 지표들을 파악하여 팀 내의 엔지니어, 마케터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해보면 좋을 것이다.
"그로스 해킹의 검증 정신은 지표로 구현"
그로스 해킹에서는 A/B 테스트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그중 하나의 의견을 UX 디자이너가 적극적으로 제안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상황에 맞는 다양한 분석 서비스들이 시장에 펼쳐져 있으니, ‘그로스 해킹하면서 데이터를 모른다.'는 얘기를 들을까 두려워하지 말고, 상황에 맞게 시작하여 데이터를 보는 눈을 기르고, 그로스 해킹 팀원으로서 협업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가면 좋을 것이다.
UX를 포함하여 그로스 해킹을 이해한다는 것은, 전체 구성원이 그로스 해킹의 의미를 이해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서비스와 유저 간의 양방향 사이클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해본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 서비스가 어떤 단계에 와있는지 이해하고, 이 단계에서 필요한 지표를 목표로, 비즈니스 성과를 위해 사용자 접점이 닿는 모든 곳에서, 각 직무별로 다양한 개선을 시도해 보자.
결국 이러한 시도들의 결과는 그로스 해킹의 검증 정신에 따라, 지표들로 확인하게 된다. 유저들이 원하는 것과 서비스와 제품 개선을 위한 노력들을 지표로 확인하여 대조하는 일들은 썩 유쾌한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덮어두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일을 파헤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게릴라 전처럼 속도가 중요한 그로스 해킹인지라, 머리를 감싸 아이디어를 내고 전체 구성원들이 기민하게 실행하는 과정에서의 지표 대조 작업은 탐험대의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다.
그로스 해킹은 데이터 시대에 생존을 위해 거쳐야 하는 성장통과 같은 것이다. 그 성장통은 또한 선택이기도 하다. 성장통을 선택했다면 과감히 실행에 옮겨보자. 그로스 해킹은 결국 일시적인 마케팅 효과보다는 서비스의 근본적인 가치를, 사용자 경험을 높여 기업 가치를 바꿔줄 것이다.
포그리트 박태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