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오픈소스 업체인 레드햇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레드햇은 1993년에 설립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 절대 강자다.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RHEL) 서비스가 주력이다. SW는 무료로 공급하고 기술을 서브 스크립션 방식으로 지원, 큰 성공을 거뒀다. 딜은 인수 금액만 340억달러(약 38조원)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인수합병(M&A) 사상 세 번째다. 주요 외신은 델과 EMC가 670억달러 규모로 가장 컸으며, 이어 2000년 JDS유니페이스가 광학업체 SDL을 410억달러에 인수한 후 가장 큰 빅딜이라고 보도했다. 버지니아 로메티 IBM 최고경영자(CEO)는 “레드햇 인수는 게임 체인저”라면서 “IBM이 클라우드 사업에서 세계 1위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선진국, 특히 미국에서 M&A는 회사 규모와 경쟁력을 키우는 대표 방식이다. SW를 포함한 IT기업에 M&A는 핵심 경영 전략으로 불린다.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주요 기업들은 M&A로 몸집을 불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은 어느 분야보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고 제품 수명 주기가 짧다. 제품 개발에서 상용화까지 단계를 밟기보다 M&A 효과가 훨씬 크다. 단기간에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부족한 기술과 인재를 채우기에 이만한 경영 전략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국내에는 손가락으로 꼽을 만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SW 기업은 아예 불모지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M&A에 호감을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경영권을 넘기고 뺏는다는 사실에 긍정보다 부정 인식이 강하다. 딜을 할 만한 기업이 드물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고만고만한 SW 기업은 많지만 간판 기업이 없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M&A 전략은 쓰기 나름이다. 선입관을 바꿔야 한다. 기술 흐름이 빨라질수록 실보다는 득이 많다. 자체 기술력을 쌓는 일도 의미는 있다. 그러나 이것 못지않게 외부에서 핵심 기술을 도입해 시너지를 내는 것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빼놓을 수 없는 경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