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인정보 활용 활성화를 위해 내년 금융·통신 등 다섯 개 분야 '마이데이터' 시범사업에 97억원을 투입한다.
마이데이터는 기관이 개인정보 용도를 결정, 비식별조치 후 활용하고 개인은 본인정보 용도를 결정해 직접 활용하거나 제3자에 공유하는 제도다. 미국·영국 등 해외도 사용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 마이데이터 시범사업 예산으로 97억원 정부 예산안을 편성했다. 시범사업은 금융, 유통·제조, 의료, 전력, 통신 등 다섯 개 분야에서 실시한다. 올해 금융·통신 등 두 개 사업에서 세 개 분야가 더 늘어났다.
그동안 개인정보 활용 주체가 기관이나 기업에 국한됐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이 본인정보 활용을 결정하는 권한을 부여한다. 과기정통부는 한국데이터진흥원, 관련업계 전문가와 함께 세부 실시방안을 논의 중이다. 개인정보 주체는 해당 개인과 국민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개인정보 활용을 기관에서 개인 중심으로 옮기기 위한 사업”이라면서 “시범사업을 통해 성공사례를 만들어 데이터 활용체계를 만들어 제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데이터는 헌법에 명시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도 부합한다.
정부는 내년 건강검진 결과 등 기관이 보유한 개인에 관한 정보는 물론 카드 사용내역이나 통신 사용량 등 개인이 제공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금융 분야에서는 핀테크업체와 은행·카드사 등이 참여해 자산관리를 돕는다. 계좌거래, 카드구매 내역 등을 오픈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형태로 제공받아 보다 빠르게 자산 통합조회와 맞춤형 상품추천으로 안정적인 재테크를 제공한다.
의료 분야에서는 병원과 휴대폰 제조사 참여를 통해 건강검진 결과를 스마트폰 헬스앱으로 다운로드, 걸음수와 심박수 등 각종 건강정보와 통합 관리한다. 실시간으로 건강관리를 지원한다.
통신 분야는 이동통신사가 보유한 고객 음성·데이터 사용량을 다운로드 받아 최적 요금제를 추천한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이통사 참여로 가계 통신비 절감을 유도한다.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개인정보 오남용 관련 불필요한 논쟁을 줄일 전망이다. 개인정보 활용을 위해 비식별 조치를 할 경우 데이터 활용가치가 낮아지는 한계가 있었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그동안 개인정보 활용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마이데이터로 활용 가능성이 높은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금융사, 스타트업, 고객 간 정보 격차 해소를 통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개인정보 활용을 반대해 온 시민단체 역시 개인 동의를 전제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미국, 영국, 스웨덴 등 해외도 시행한다. 미국은 2011년 정부 주도로 '열린 정부를 위한 실행계획' 추진 과제로 개인데이터 관련 스마트공시 제도를 도입했다. 의료, 에너지, 교육, 태양광 분야에서 개인데이터의 다운로드 서비스를 지원했다.
의료 분야는 2010년 재향군인을 대상으로 의료정보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해 2012년부터 미국 내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확대 적용했다. 그 결과 탄생한 대표 사례가 애플 헬스앱이다.
영국 역시 2011년 정부 주도로 '더 나은 선택이 더 나은 대우를' 정책 추진 과제로 마이데이터를 추진했다. 2013년 입법을 통해 금융, 에너지, 모바일 분야에서 소비자 데이터 제공을 의무화하고 제공 방식과 전담기관을 지정했다. 스웨덴 의료공공기관(Inera)이 의료정보 포털을 만들고 개인이 의료정보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