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버가 전하는 유니콘의 조건

[기자수첩]우버가 전하는 유니콘의 조건

“사람도 움직이는데 물건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 같은 고민에서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우버이츠가 탄생했다. 세계 최대 승차공유 업체 우버는 2014년에 배달을 시작했다. 장소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음식은 샌드위치 한 종류였다. 점심시간에 한해 시범 사업으로 전개했다.

실험은 대성공이었다. 자신감을 얻은 우버는 같은 해 12월 우버이츠 앱을 출시했다. 새로운 날개를 단 계기가 됐다. 우버이츠는 출시 2년여 만에 도시 100여곳에 진출했다. 올해 7월 200곳을 넘겼다. 국내에서는 서울과 인천 송도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우버로 불리는 그랩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승차공유에 이어 음식배달 사업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핀테크 시장으로 영토를 넓혔다. 올 연말까지 30억달러 규모 자본을 조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랩의 맞수 고젝도 승차공유와 음식배달 사업을 겸한다. 사업 모델 다변화는 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유니콘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기존 사업에서 얻은 경험과 데이터를 진화시켜서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만드는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너무 잠잠하다. 대다수가 한 우물 파기에만 집중한다. 배달의민족이 공유주방, 야놀자가 건설, 원투씨엠이 핀테크 분야에 도전하면서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이렇다 할 성공 사례는 드물다.

새로운 시도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 전통산업과의 갈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도전 정신이 퇴색됐다는 냉정한 평가도 나온다.

물론 성급한 사업 모델 확대를 부추기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혁신 기술, 서비스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대기업이 주로 구사하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다를 게 없다.

혁신의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남들이 따라 할 수 없는 기술력을 갖춘 회사가 아니라면 더욱 절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하나의 사업 모델만으로는 추격해 오는 후발 주자에게 언젠가 자리를 내줘야 한다.

유니콘이 되기 위한 전략도 세워야 한다. 글로벌 진출과 사업 모델 추가는 피할 수 없는 길이다. 소소한 고민을 엄청난 성과로 일군 우버 사례를 통해 혁신을 현실로 바꿔 가는 스타트업 열정이 활활 타오르길 기대한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