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장 PC, 부품별 스펙따라 고른다...업계 '관리업무 증가' 우려

공공시장 PC, 부품별 스펙따라 고른다...업계 '관리업무 증가' 우려

조달청이 공공시장 PC를 부품 스펙에 따라 구매하도록 계약 방식을 바꾸는 방안을 마련한다. 공공기관에서 PC 부품별로 선택해 제품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구매 편의를 높이고 부품 원가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해 공공조달 PC 가격을 낮춘다는 취지다.

반면 PC 업계는 조달청 안 시행 시 부품 공급·관리에 어려움이 불가피하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스펙에 따라 인증 받아야 할 PC 수가 급격히 늘어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란 주장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은 공공시장에 공급하는 데스크톱·일체형 PC를 부품별로 계약할 수 있게 하는 '개인용컴퓨터에 대한 옵션계약'을 추진한다. 이 계약 방식이 도입되면 공공기관이 조립 PC를 구매하듯이 PC 부품별 사양을 설정하고 PC 제조사에게 요구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PC업체가 공공조달 시장에 등록한 PC 완제품을 공공기관이 구매하는 방식이었다.

조달청은 제도 도입 시 원하는 부품 사양에 따라 PC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 편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일반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조립 PC를 살 때 견적을 맞춰 구매하듯이 공공기관에서도 원하는 부품 사양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 PC 구매 예산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 공공조달 시장에 공급되는 데스크톱·일체형 PC는 완제품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부품별 사양이 모델별로 정해져 있다. 조달청은 공공기관에서 필요하지 않은 고사양 부품까지 구매하는 일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조달청 관계자는 “PC를 업무용으로만 쓰는데 과한 성능 중앙처리장치(CPU)를 적용한 제품을 썼다는 민원이 있다”면서 “새 제도가 시행되면 (조립 PC를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PC 견적을 받아보듯이 공공조달 PC를 구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펙별로 민간 시장 제품과 원가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에 공공조달 PC 가격 절감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완제품으로 계약시 부품별 세밀한 가격비교가 곤란하지만 부품별로 계약을 하면 사실상 부품 원가가 공개되는 효과가 있다.

반면 PC 업계는 조달청 옵션계약 시행 시 부품 공급·관리에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공공기관에서 요구하는 물량이 대규모인 경우가 많은데 세부 사양까지 맞춰 제품을 생산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무엇보다 제품 재고와 생산품 관리업무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PC업계 한 관계자는 “1억원 미만 계약에서는 제조업체가 공공기관 요구를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면서 “기관에서 특정 제조사 특정 모델까지 부품으로 요구할 경우 부품 재고확보와 생산 스케줄을 맞추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인증 비용 부담 우려도 제기한다. 현재는 제조사당 평균 100개 모델 수준으로 조달청에서 요구하는 인증을 받으면 된다. 조달청 방안 시행 시 세부 부품 사양에 변동되는 것도 일일이 인증을 받아야 한다. 업체는 세부 부품 사양별로 나누면 1만개가 넘는 제품을 다시 인증 받아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PC 업계 다른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사후관리와 성능 안정성을 중시하고 PC 제조사도 이에 맞춰 사후 서비스와 보안 테스트까지 신경써왔다”며 “조립 PC 업체와 같이 가격 절감만 강조한다면 향후 관련 서비스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