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우리경제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구조적 하향세' 문제를 '일시적 경기하락' 문제로 혼동하는데 대한 경계 목소리도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우리경제의 예측가능성 제고를 위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컨퍼런스에 참여한 전문가는 현재 한국경제가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하향세에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최원식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는 “전세계 71개국 중 한국은 1965년부터 2015년까지 50년간 꾸준히 3.5% 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룬 7개 국가 중 하나지만 최근에는 그 성장률이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구조조정과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노력이 미흡한데다가 생산가능인구 감소까지 겹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중장기 하향세를 반전시킬 물꼬로 '4차 산업혁명'을 꼽았다.
그는 “기업은 급변하는 환경에 적합한 '애자일(agile)' 조직으로 전환하고,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인프라와 민관 협력 모델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도 한국경제 잠재성장률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자본축적에 따라 한계생산을 체감해 왔고, 기술진보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국경제 잠재성장률 하락세는 계속 될 것”이라며 “이런 큰 흐름 속에서 경기가 출렁이면 장기적 성장률 하락과 일시적 성장률 하락을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 경제 환경 변화를 놓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안상훈 KDI 선임연구위원 또한 “수출 중심의 성장구조에서 낙수효과가 감소함에 따라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민간과 정부의 역할을 구분해 총체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성장·분배정책 간 모호성을 극복하고 명확한 '투트랙(Two-track)' 정책을 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의 한국경제는 성장여력 감소와 소득양극화(분배)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분배개선이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지만 분배정책을 통해 성장을 달성하려는 경우 양자 모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경제정책을 혼용하면 경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있는 만큼 성장정책과 분배정책을 명확히 구분해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장에 대해서는 “규제완화를 통한 신산업과 서비스산업 발전이 잠재성장률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정부가 디테일을 정해주기 보다는 혁신환경 조성을 통해 시장자율로 혁신이 일어나게 하고, OECD 최하위권의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을 높여 경제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분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분배가 바람직한지 공론화를 통해 목표수준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먼저”라며 “방법론에 있어서는 시장에 주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되, 목표 달성이 가능할 정도의 직접적인 분배정책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고 제언했다.
이성호 대한상의 SGI 신성장연구실장도 “한국경제가 지속성장하려면 연구개발(R&D)·정보통신융합(ICT)·브랜드·서비스혁신 등 무형자본에 대한 투자가 늘어 지식기반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무형투자자가 가장 기피하는 규제와 불확실성이 한국사회 곳곳에 잔존하고 있어 경제체질 전환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최근 변동성이 높아진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산식(formula)'을 활용해 산출되는 구조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지만 연세대 교수는 “기업의 안정적 경영과 투자를 위해서는 미래 수입과 비용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중요하다”면서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16.4%로 전체근로자 임금인상률 3.8%의 4배를 넘는 등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급격히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을 고려해 노사가 협의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최근 사례를 보면 이 기준보다는 노사협상과 정책 요인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법에 명기된 4가지 기준은 노사협의 시 고려사항일 뿐 지표산출과 반영기준 등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며 “최저임금 결정기준으로써 지표 항목을 재정립하고 지표별 산식을 명확하게 하는 등 최근 대한상의가 제안한 방식을 검토해 볼 만 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국내 기업이 예측가능성을 높여 불확실한 국내외 경제상황을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기업에게 11월은 내년도 사업 준비를 위해 경제 예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지만 최근 미·중 무역갈등과 신흥국 금융 불안, 내수침체와 정책적 불확실성 등으로 기업경영시계는 흐릿하다”며 “정책 단기 결과도 있겠지만 우리가 만들어 온 정책 결과가 중장기 관점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중장기 예측이 가능하다고 할 때 '지금 내려야 할 선택'에 대해서도 좀더 분명한 판단이 가능해 질 것”이라며 “개별기업 차원에서 '비용변동 요인들이 예측 가능하고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이고 있는지'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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