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6일 인천 송도에서 7일간 개최된 제48회 IPCC 총회(국제 기후 변동에 관한 정부 인사 간 총회,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막이 내렸다. IPCC는 6일 가맹국 전원 만장일치를 통해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채택했다. 이 보고서에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억제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하고 그 실현을 위해 전 세계가 협심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지금의 절반 이하로 낮출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2015년 파리 협정은 21세기가 끝날 때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 2도 이하로 아주 낮게 유지할 것, 가능하다면 1.5도 이하로 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위해 각국은 가능한 조처를 할 것에 대해 합의했다. 1.5도는 어디까지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이를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남쪽 태평양 섬나라와 각국 해안 근간 평지 근처 해수면은 50cm 이상 상승할 것이며 2도 이상 상승한다면 이보다 10cm 더 높은 60cm 상승을 달성한다. 이 정도 수준이면 해당 지역에서 최대 1000만명 이상 이주민이 발생하리라 예측된다.
겨우 0.5도 차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0.5도 차이가 지금까지 쌓아 온 지구 위 생명체 다양성, 생태계 시스템, 더 나아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파괴적 수준이다.
◇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억제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IPCC의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할 필요가 있다. 그것도 매우 넓은 범위에 걸쳐 최대한 빠르게 시작해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성공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계획 성공의 성패는 무엇보다도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적어도 지금의 45%로 줄일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또 장기적으로 2050년까지 인간 활동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을 0%인 넷제로(Net-Zero)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넷제로” 시대로 돌입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절대량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신기술, 나무 심기, 재생숲 조성, 토지회복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회수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두 가지 노력이 합쳐져 최대 성과를 낼 때 비로소 온실효과를 극복할 수 있다.
상승 기온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 총량 상한은 4200억톤~ 5800억톤 수준으로 예상된다. 2010년 인류는 한해 420억톤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그 후 현재까지 이어지는 상승 폭을 고려한다면 여러 가지 조처를 한다 하더라도 2038년에서 2058년 사이에는 위의 배출 한계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산화탄소는 물론 그 외의 다른 온실가스도 무시할 수 없다. 메탄, 아산화질소, 하이드로 플루오린 카본 등이 대표적이다. 이 온실가스 배출량도 최소한으로 억제해야 목표 달성에 조금이나마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동시에 에너지 낭비 단절, 화학연료에 기대지 않는 전력 생산, 에너지 공급 효율성 증대 등 해야 할 일이 잔뜩 쌓여 있다.
IPCC 보고서는 1.5도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장기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 에너지 시스템 효율화에 연간 약 2조4천억달러(한화 2600조원)의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세계 GDP의 약 2.5%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 정도 금액을 투자한다면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억제한다는 소기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하지만 각국 정부 정책, 기술 혁신 속도, 그리고 무엇보다 목표 의식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목표치 도달은 요원해 보인다. 매우 강한 추진력과 높은 공동체 의식만이 우리를 지구온난화의 재앙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
◇기후 변화를 막으려면 세계 각국이 노력해야
지구온난화를 극복하기 위해서 전 세계는 하나가 되어 이 문제에 맞서야 한다. 하지만 미국의 파리 협약 이탈, 호주의 이산화탄소 감쇄 포기 등 부정적인 사건들이 쌓이며 세계적 단결까지는 아직 그 길이 요원해 보인다. 온난화에 대한 각국의 의식 수준도 차이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차근차근 봉합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우리나라도 더는 지구온난화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올해 여름 기록적인 폭서가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었고 11월 초부터 본격적인 겨울이 찾아올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2017년 12월 “재생 에너지 3020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 비율을 낮추는 대신 현재 전력 생산량 중 7%에 불과한 재생에너지 이용 비율을 20%까지 끌어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탈원전에 대해 찬반논란이 있지만,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7위 국가라는 상황을 직시하고 이번 인천 송도 IPCC 합의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정책에 대한 긍정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 이형석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