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태양광발전+에너지저장장치(ESS)'의 융합으로 만들어진 전기차 충전소를 찾았다. 제주시내에서 차로 4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구좌읍 행원리에 위치한 신재생에너지홍보관 내 '신재생 융합 충전스테이션'이다.
2차선 도로 사이로 푸른 바다와 맞닿은 홍보관에 들어서자, 대형 풍력발전기 주위로 태양광 패널로 뒤덮인 주차장이 보였다. 40개 주차면 규모의 차양막은 338개의 태양광패널(개당 295W)로 덮여 있었다. 제주에서 풍압이 가장 센 지역이라, 태양광패널이 5cm 간격으로 설계된 모습이 독특했다.
주차장 한쪽에는 컨테이너와 국내에선 보기 힘든 급속충전기 4기가 들어섰다. 시그넷이 해외 수출하는 파워뱅크(Power Bank)방식의 충전설비다. 급속충전기지만, 완속충전기 크기로 완성됐다. 직원 안내로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갔다. 배터리모듈과 전력변환장치(PCS)·수전설비 등 ESS 구성 장치뿐 아니라, 공간 활용이나 유지보수에 유리한 충전(파워)모듈과 각종 전력변환·전송장치도 있다. 이 설비가 바로 '신재생+ESS'와 충전용 파워모듈 올인원 시스템이다. 독자적으로 전기를 생산해, 자체 충당(충전)할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전력망을 통해 되팔 수 있는 모든 설비를 갖춘 마이크로그리드(독립형 전력망)다.
태양광발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ESS에 저장한 후, 충전용 전기로 쓴다. 남은 전기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제도를 이용해 전력거래소를 통해 일반 전기 시세보다 비싸게 팔수 있다. 여기에 전기차의 저장된 전기를 각종 전력수요(Grid·Home·Factory)로 전송하는 V2G(Vehicle to Grid)와 전력수요관리(DR)까지 연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이번 사업은 제주에너지공사와 현대일렉트릭·시그넷이브이가 기술과 아이디어를 모았다. 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난 7월말 완공된 후 시운전을 거쳐 8월부터 가동됐다. 태양광(0.1㎿), ESS(0.2㎿h), 급속충전기(450㎾) 4기(7대 동시 충전 가능), 통합모니터링(TOC) 등으로 구성됐다.
실제 지난 9·10월 여기서 생산된 1만8989㎾h다. 이 기간 동안 약 400대 전기차가 이 충전소를 이용했고, REC가중치(10월말 기준)에 따른 전기 판매로 875만원의 수익도 발생했다.
현행 전기사업법에 따라 아직은 ESS에 저장된 전기는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는 이곳에서 직접 유료로 전기 서비스를 할 수 없다. 추가 전력 전송에 따른 손실이나 시간 낭비를 따지면 완벽한 사업실증이 어렵다. 기술은 가능하지만, 충전요금 등 전력재판매가 불가능한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제주에너지공사와 이들 업체는 사업성뿐 아니라 전력재판매 규제 개선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데도 집중할 방침이다.
에너지공사 강보신 부장은 “주유소·공용주차장 등을 EV충전소로 전환하기 위해 사업성뿐 아니라 현행제도 개선에 필요한 가능성을 입증하는 게 사업 목표다”며 “향후 1년간 충전 및 전력판매 등 알고리즘을 개발해, 민간에도 공유해 전기차·신재생 융합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호철 시그넷 대표는 “국내외 전기차 증가와 배터리 대용량화로 전력수요가 위협받은 상황에 신재생 융합충전스테이션은 향후 대책이자, 잠재력이 큰 후방산업이다”며 “기술 완성도를 높여 해외시장까지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
【표】제주 행원리 '신재생 융합 충전스테이션' 9·10월 운영 실적(자료 제주에너지공사)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