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니로 하이브리드를 계약한 김모(28)씨는 차량이 언제 나올지 아직 정확한 시기를 모른다. 영업사원에 물어도 올해 안에는 나올 것이니 기다리라는 답변만이 전부다. 계약을 취소할까도 생각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하이브리드 SUV로는 다른 대안이 없어 마냥 출고를 기달 수밖에 없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 '니로' 출고 지연이 심화되고 있다. 출시 3년 차에 접어든 차량임에도 계약부터 출고까지 모델에 따라 짧게는 두 달에서 길게는 반년 이상 소요된다.
국내 유일 친환경 전용 스포츠유틸리차량(SUV)인 니로는 출시 때부터 최소 한 달은 기다려야 받을 수 있을 만큼 인기가 좋았지만, 올 하반기부터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을 받으려는 고객이 몰리면서 출고 대기 기간이 종잡을 수 없을 만큼 크게 길어졌다.
니로 출고 지연은 전기차 구매 보조금과 연관이 깊다. 니로 라인업에 하이브리드차(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에 이어 최근 전기차(EV)가 추가 출시되면서 출고 적체를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전기차는 계약 이후 두 달 이내 출고를 완료해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구매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아차가 니로 EV 생산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생산 규모는 한정적인데 EV를 먼저 생산하다 보니 HEV나 PHEV까지 출고가 지연되고 있다. 니로EV 생산 계획을 두고 노조와 갈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니로EV는 사전계약 이틀 만에 5000대가 계약되며 올해 판매 목표 3800대를 넘어섰다. 지난달까지 누적 계약 대수는 9000대 이상이다. 하지만 실제 니로 EV 출고량은 7월 90대, 8월 976대, 9월 1066대, 10월 796대 등 총 2928대에 불과하다.
니로 HEV도 출고에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다. EV 물량이 추가된 데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HEV 구매 보조금 50만원 혜택이 종료되면서 하반기 이후 계약 고객이 대거 몰렸다. 지금 HEV를 계약해도 올해 출고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수출 물량 증가도 국내 출고가 지연되는 이유다. 니로는 올 상반기에만 글로벌 시장에 3만대 이상을 수출했다.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는 지난달 2164대가 팔려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했다. 미국 내 시판 중인 기아차 제품군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세다.
업계 관계자는 “니로 HEV에 이어 EV까지 수출이 본격화되면 출고 적체 현상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니로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안정적 생산 물량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