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이 엑스레이 영상으로 결핵을 판독하는 인공지능(AI) 솔루션을 개발했다. 휴대가 간편하고 가격이 저렴한 흉부 전용 엑스레이까지 개발해 일체형으로 출시했다. 동남아, 중남미 등 폐결핵 사망자가 집중된 개발도상국에 공급해 'K-메디컬' 한류를 일으킨다.
래디센(대표 나윤주)은 소형 저선량 흉부 엑스레이와 폐결핵 판독기를 개발했다. 흉부 엑스레이 기기는 건강 검진 전용이다. 야외나 간이 진료 환경에 적합하게 크기를 줄였다. 전기 사정이 좋지 않은 환경에 대비 전기를 덜 소비하는 저선량 장비다.
핵심은 소프트웨어(SW)다. 흉부 엑스레이 촬영과 동시에 결핵 유무를 판별하는 AI 솔루션이 들어갔다. 자체 개발한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결핵으로 의심되는 환자를 걸러내는 확률(민감도)을 98%까지 끌어 올렸다. 국내는 물론 결핵 환자가 많은 베트남에서 영상 정보 수천장을 확보, 학습했다. 흉부 엑스레이에 탑재돼 일체형으로 운용된다.
나윤주 래디센 대표는 “기존 AI 판독 솔루션은 최종 도출된 엑스레이 촬영 결과를 학습하지만, 래디센은 최종 도출 전 원 데이터를 학습해 민감도와 정확도를 높였다”면서 “베트남국립폐병원 등 결핵 확진 환자가 많은 곳과 협업해 다량의 데이터를 확보해 제품 신뢰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제품 개발단계부터 개발도상국, 저개발국가를 겨냥해 설계했다. 전기 시설이 좋지 않은 데다 교통이 불편한 것을 고려, 저선량과 소형으로 제작했다. AI 판독 솔루션은 인터넷 없이 내장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한다. 기존 AI 판독 솔루션은 클라우드나 내부 서버에 접속해 처리한다. 인터넷 인프라가 열악한 국가를 겨냥해 내부 DB로 모든 판독 처리를 지원한다.
래디센은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49차 세계 폐건강 국제회의'에서 한국 기업으로 유일하게 참가, 각국 대표단에 솔루션을 소개했다.
흉부 엑스레이부터 식약처 의료기기 허가를 신청한다. AI 솔루션은 당분간 진단지원 도구로 활용하되 내년 상반기 의료기기 SW로 허가를 받을 계획이다. 공급대상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와 중남미 저개발 국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작년 세계에서 신규 결핵 환자는 1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중 사망자는 160만명에 이른다. 신규환자 수는 인도가 274만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 89만명, 인도네시아 84만명, 필리핀 58만명, 파키스탄 53만명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역시 2016년 기준 결핵 발병률은 10만명당 77명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결핵은 감염 속도는 빠르지만 진단이 어렵다. 통상 흉부 엑스레이 검사 후 의심 요소가 있으면 DNA 추출 등 정밀 검사를 한다.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은 엑스레이가 보편화되지 않고, 비용 역시 매우 비싸다. 어렵게 촬영해도 판독할 의사가 절대 부족하다.
나 대표는 “저개발국가나 개도국에서 흉부 엑스레이 촬영과 판독을 하려면 장당 30달러에 이르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들에게는 엄청난 액수”라면서 “100명에 이르는 집단 검진에 저렴한 엑스레이 기기와 AI 판독 솔루션을 공급해 시간과 비용을 아끼고, 국민 보건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