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차 아세안(ASEAN)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에서 “북한이 좀 더 과감하게 비핵화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러시아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진행된 한·러 정상회담에서 “올해 평창 동계올림픽부터 시작해 한반도 평화의 큰 흐름을 만들어나가는 데 러시아의 관심과 지원이 큰 힘이 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이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답방을 앞두고 있는데,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주도적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비핵화 조처에 진전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처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또 문 대통령이 제시한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을 지지하며 러시아도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도 △교역량 확대 △인적 교류 확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협력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력에 이르기까지 만족스러운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국 정상은 수교 30년 되는 2020년에는 양국 간 교역량 300억달러, 인적교류 100만명 목표를 반드시 이루기를 기대했다.
두 정상은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협력을 위한 9개 다리(9-Bridge) 분야와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과학기술〃혁신·보건의료 협력 등 6월 정상회담 시 합의사항의 이행현황을 점검하고, 구체적인 성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해 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브루나이·라오스 정상과도 연쇄회담을 가졌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포함한 실질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하싸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내년 한국에서 개최될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성공을 위해 아세안과의 소통과 협의가 필요하다며 브루나이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루나이는 한-아세안 간 대화조정국이다. 볼키아 국왕은 특별정상회의 성공적 개최와 한-아세안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양국은 한국 신남방정책과 브루나이의 '비전 2035 정책'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한다. 비전 2035는 브루나이의 장기 개발계획으로, 2035년까지 1인당 GDP 및 삶의 질을 세계 10위권으로 진입하겠다는 목표다.
두 정상은 기존 인프라·건설 분야 협력 확대는 물론이고, ICT 분야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브루나이는 △ICT 분야 GDP 기여도 3배 이상 확대 △ICT 전문가 6000명 양성 등을 목표로 하는 '국가디지털' 전략을 2016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어진 통룬 시술릿 라오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실질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고위급 인사교류와 다양한 산업분야 협력 지평 확대로 양국 우호협력 관계를 발전시키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라오스는 인도차이나 교통의 중심지이고 에너지와 수자원에서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정책의 핵심 협력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면담을 갖는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방안 및 한미관계 등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17일에는 APEC 정상회의 참석차 파푸아뉴기니를 방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갖는다.
싱가포르=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