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 1세대 한국미니스톱 인수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유통업계 라이벌인 롯데와 신세계는 물론 사모펀드까지 가세했다. 미니스톱은 2500여개 점포를 운영하는 업계 5위 사업자지만 어떤 기업이 인수하느냐에 따라 시장 판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눈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 미니스톱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한 입찰제안서 마감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니스톱의 최대주주인 일본 이온(AEON)그룹과 매각주관사 노무라증권은 오는 20일까지 참여 의향서를 접수한다. 미니스톱 매각대상은 지분 100% 전량이다. 현재 미니스톱 지분은 이온그룹이 76.06%, 대상이 20%, 일본 미쓰비시가 3.94%를 보유 중이다.
이온그룹과 대상은 1990년 미니스톱 한국 법인을 세우며 국내 편의점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보였지만 최근 영업이익 감소 등 수익성 악화로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븐일레븐의 롯데와 이마트24를 보유한 신세계,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 등 3개사가 미니스톱 인수를 위한 실사 및 자료열람을 진행하고 있다.
이온그룹과 노무라증권은 20일까지 제출받은 입찰서를 대상으로 1주일 정도 평가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후 양해각서(MOU) 교환 및 정밀실사를 거쳐 투자계약을 체결한다.
가장 적극적인 인수후보는 롯데다. 최근 롯데가 신동빈 회장 석방 후 광폭행보를 보이면서 이번 거래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시장에서도 미니스톱이 결국 롯데 품에 안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신 회장이 최근 경영에 복귀한 후 5년간 5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유통사업 투자에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미니스톱 매장 수는 2533개로 CU(1만3109개), GS25(1만3018개), 세븐일레븐(9548개), 이마트24(3564개)에 이은 5위다.
롯데가 미니스톱을 인수할 경우 편의점 업계는 '빅3' 체제로 재편된다. CU, GS25 와 근접한 수준인 1만2000여개 점포를 확보하기 때문이다.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CU, GS25와 선두 경쟁을 다툴 수 있을 뿐 아니라 후발주자인 이마트24의 추격을 뿌리칠 수도 있다. 인수에 성공한다면 코리아세븐 상장에도 긍정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롯데가 야심차게 추진중인 '옴니채널'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마트24를 운영하는 신세계가 미니스톱을 인수할 경우 3위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이마트24는 후발주자로 전국 3500여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지만 미니스톱이 더 해질 경우 단번에 6000여개가 넘는 점포를 갖게 된다.
이마트24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매장수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미니스톱 인수를 통해 몸집을 키울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는 브랜드 리뉴얼을 위해 앞으로 3년간 3000억원을 투자해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마트24는 매출과 연동된 일정비율의 가맹수수료를 받고 있는 여타 편의점과 달리 매달 정해진 액수를 받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운영체제가 상이하지만 미니스톱을 인수로 상이한 두 사업 형태를 동시에 운영하며 수익성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글랜우드PE도 적극적으로 인수 의향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글랜우드PE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차남인 이상호 대표가 이끄는 사모펀드다.
다만 미니스톱 인수가 역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최저임금과 근접출점 제한 등으로 악화된 업황 속에서 수익성 개선을 일궈내야 하는 등 만만찮은 과제가 남아 있다.
상권 조정 문제가 불거지거나 가맹점 이탈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직영시스템으로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만약 미니스톱 가맹점주가 인수된 브랜드가 아닌 타 편의점 브랜드를 하고 싶다거나 계약이 만료돼 편의점사업 자체를 접고 싶은 경우 등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이마트24의 경우 가맹구조도 걸림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른 업체들이 프랜차이즈 형태인 것과 달리 이마트24는 상품 공급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구조다. 신세계는 기존 상품 공급점 방식과 다른 편의점처럼 가맹 수익 중 일정 비율을 나누는 방식 등 '투트랙' 전략을 대안으로 내세웠지만 업계는 두 구조의 특성이 완전히 달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수대금도 관건이다. 현재 미니스톱의 시장 가격은 3000억~4000억원 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롯데와 신세계는 3000억원 수준을 예상하는 반면 미니스톱은 4000억원대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희망자는 시장이 전체적으로 위축돼 있다는 평가를 하는 반면 이온그룹 측은 여전히 시장성이 좋다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니스톱이 매력적인 매물인 것은 맞지만 당장 점포 수를 늘리는 효과일 뿐 수익성 제고까지는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며 “하지만 미니스톱 매각으로 인해 편의점 업계 지형이 변화될 것은 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