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인슈어테크 업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신용정보원이 그동안 무료로 제공해 온 신용정보 조회 서비스와 보험신용정보(내보험다보여 등)를 다음 달 3일부터 회원제로 전환한다고 공지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핀테크·인슈어테크 업체들이 해당 정보를 스크래핑 기술로 자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서비스한 만큼 회원제로 전환하면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해진다.
신용정보원 결정 배경은 보안 우려와 비용 부담이 원인이다. 그동안 해당 서비스가 완전 개방형으로 이뤄져 업체들이 무분별 사용했고, 개인정보 유출 등 문제가 있었다. 일부 보험 플랫폼 업체가 앱 이용자 정보를 무단 수집하고, 영업에 사용하거나 '진성DB'라는 형태로 판매했다. 문자메시지 인증 때마다 드는 약 40원의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신용정보원 결정에 여러 스타트업이 서비스를 접어야 하는 상황이다.
회원제 운영에 따라 이들 업체가 스크래핑을 하지 못해 모바일 앱 구동도 어렵고, 가입 절차를 거쳐야 해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소비자는 이용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보험 플랫폼 가운데 보맵 정도만 신용정보원 외에 보험사와 제휴하고 있어 대안이 있다.
물론 이번 결정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보안 우려도 사실이고 비용 부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단 한 번의 논의도 없이 조치를 취했다는 점이 아쉽다.
신용정보원이 이들 업체의 서비스를 모를 리 없다. 정부 스타트업 육성 정책과도 어긋난다.
단점만 있은 것도 아니다. 순기능도 있었다. 신용정보원 정보를 통해 소비자들이 금융이나 보험 관련 정보를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 소비자의 숨은 보험금을 찾아 주는 역할도 했다.
한 핀테크 업체 대표는 “예견된 일이다. 너무 무분별하게 사용했다. 그렇다고 회원제로 바꾸는 건 산업 전체를 죽이는 것”이라면서 “머리를 맞대면 해결 방법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핀테크·인슈어테크 육성을 위해 천문학 규모 비용이 투자된다. 국내도 이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용정보원의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쉬운 대목이다. 상처가 났다고 이를 도려내는 건 능사가 아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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