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단위 기준인 질량·전류·온도·물질량 측정 표준이 이전보다 훨씬 정확해진다. 아주 미세하거나 큰 물리량을 측정할 때 혹시 모를 오차를 막아 과학·산업 분야에 큰 발전을 가져온다.
국제도량형총회(CGPM)는 16일(현지시간)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연 제26차 총회에서 네 개 물리량 단위 재정의를 공식 의결했다.
재정의 단위는 질량(㎏), 전류(A), 온도(K), 물질량(㏖)이다. 그동안 오차가 발생하거나 불안정하다는 지적을 받은 분야다.
예를 들어 ㎏은 1889년 제작한 백금·이리듐 합금으로 만든 '원기'를 기준으로 삼았는데, 이후 지금까지 수십 마이크로그램(㎍)의 질량 변화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K의 기준인 물의 삼중점(고체·액체·기체가 공존하는 상태)은 동위원소 비율로 결과가 달라진다.
각 단위는 이번 재정의 확정으로 '기본상수'를 기준으로 삼게 돼 불변성을 확보했다. ㎏은 에너지 관련 기본 상수인 '플랑크 상수'로 재정의했다. 마찬가지로 A는 기본전하량, K는 볼츠만 상수, ㏖은 '아보가드로 상수'를 활용한다.
단위 재정의가 일상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새롭게 적용하는 정의를 그동안의 값에 최대한 맞추기 때문이다. 이미 재정의 한 길이(m) 역시 원기에서 '빛의 속력'으로 기준을 바꿨지만 혼란은 없었다.
그러나 아주 미세한 영역을 다루는 과학·산업 분야에서는 큰 변화와 발전을 가져온다. 어떤 조건에도 변하지 않는 고정 값을 제시해 오차가 발생할 수 없다. 바이오나 전자소자와 같이 미세·초미세화되는 연구개발(R&D) 분야에 정확한 기준을 제시한다.
세계에서는 새로운 단위 정의에 맞춘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나서고 있다.
박연규 표준연 물리표준본부장은 “이번 결정은 네 개 단위 정의가 한꺼번에 바뀌는 최초 사건으로 여파가 클 것”이라며 “앞으로 단위를 새롭게 정의하고 구현하는 기술력 유무가 과학기술 선진국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