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에 목말라 있는 한국바둑이 명예회복을 위해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바둑사를 고쳐 쓰고 있는 안국현 8단이 생애 첫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에 도전한다. 상대는 중국의 커제 9단이다. 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전이 오는 12월 3일부터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에서 3번기로 진행된다. '별들의 제전'으로 불리는 이 대회에서 안 8단은 2009년 입단 이래 첫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기사로서도 2014년 김지석 9단이 우승컵을 들어올린 이후 4년만의 결승 진출이다.
결승까지 안국현 8단 활약은 돋보였다. 전기 4강 시드로 본선에 직행한 후 더블 일리미네이션 32강전(4인 1조의 조별리그에서 2승자와 2승1패자가 16강 진출)에서 천쯔젠 6단과 퉁멍청 7단을 연파한 데 이어 16강전에서 양딩신 7단을, 8강전에서 롄샤오 9단을 차례로 꺾었다.
2년 연속 한국기사로는 유일하게 4강 대진표에 이름을 올린 안 8단은 3번기로 치른 준결승에서도 탕웨이싱 9단을 2-0으로 격파했다. 중국의 강자들만 상대하며 파죽의 6연승을 거둬 '중국 킬러' 면모를 발휘했다. 준결승에서 만난 탕웨이싱은 한국기사에게도, 삼성화재배에서도 강하기로 유명한 난적이었지만 안국현은 두 판을 내리 이기면서 전기 4강전 설욕까지도 함께 이뤘다. 아울러 입신(9단) 등극도 예약해 놓았다.
우승컵을 다툴 커제 9단은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중국바둑의 간판 기사이다. 삼성화재배에서도 2015~2016년 대회를 연속 우승한 바 있다. 세계대회를 통틀어 2연패를 달성한 최초 중국기사이기도 했다.
커제 9단은 현재 신오배 세계바둑오픈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등 메이저 세계대회 5회 우승 경력자이다. 지금은 2위에 올라있지만, 지난달 랭킹까지 37개월 연속 중국랭킹 1위를 차지했었다.
한국랭킹 21위인 안국현 8단은 딱 한 차례 맞대결을 벌였던 2016년 1회 신오배 64강전에서 패한 바 있다. 상대전적에서 커제 9단에게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인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이번 대회에서 승부에 임하는 각오가 예사롭지 않아 결과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안국현 8단은 결승전 전망에 대해 “좋아하는 기사와 결승전을 치를 수 있는 사실 자체가 좋다”면서 “상대가 워낙 강한기사라 쉽지 않겠지만, 잘 준비해서 좋은 바둑 둔다면 승산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커제 9단은 결승에 진출한 뒤 “지금 (결승전 승리)확률을 따지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안 8단은 불리한 바둑도 추격해서 역전하는 기사”라며 “결승을 잘 치러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승전은 3판2선승제로 진행된다.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 휴식 없는 제한시간은 2시간, 초읽기는 1분 5회이다. 결승전은 KBS1TV에서 오후1시50분부터 2시간동안 생중계될 예정이다.
조항준 넥스트데일리 기자 jhj@nextdaily.co.kr
◇안국현 8단 인터뷰
-세계대회 결승진출이 처음이다. 소감.
▶너무 좋았다. 나의 한계를 뛰어 넘어 한단계 성장한 것 같아 더 기쁘다.
-커제 9단은 명실공히 세계 최강인데, 장단점은?
▶수읽기도 빠르고 정상급 기사중에 가장 안정적인 기풍이라고 생각한다.
-결승에서 구상하는 특별한 전략이 있는가.
▶특별한 전략보다는 항상 제실력을 잘 발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
-큰 승부에서 자기실력 발휘를 한다는 평이 있다. 자신의 성격이나 승부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편이다. 스트레스도 덜 받아 지치지 않고, 꾸준히 공부하다. 승부욕은 어릴 때만 못한 것 같다. 큰 욕심이 없다. 단점은 독한 면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결승전을 앞둔 각오.
▶인공지능으로 공부하기 시작한 지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상대도 똑같이 어렵다고 생각할테니,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