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현대차, 진짜 위기 피하려면 '투명경영' 해야

[전문기자 칼럼]현대차, 진짜 위기 피하려면 '투명경영' 해야

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 검찰로부터 세타2 엔진 리콜 적정성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2015년과 지난해 미국에서 세타2 엔진을 장착한 쏘나타, 싼타페, 옵티마, 쏘렌토, 스포티지 등 170만대를 리콜한 바 있다. 당시 리콜 사유는 엔진 소음 및 진동, 주행 중 시동 꺼짐 현상 등이었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 가운데 하나로 기록돼 있다.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 역시 법무부와 함께 세타2 리콜에 대한 적정성 조사를 하고 있다. NHTSA는 검찰 수사 이전인 지난해 5월부터 현대·기아차 리콜 시기와 대상 범위가 적절했는지를 조사해 왔다. 조사 범위는 △현대·기아차가 주장하는 결함 원인 사실 여부 △리콜 대상 가운데 5% 못 미치는 엔진 교체 차량 △엔진 결함과 화재 발생 상관관계 등이다.

미국 검찰과 NHTSA 조사에서 세타2 리콜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현대·기아차는 다시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결함 원인이 기존에 주장한 제작 과정에서 이물질 유입이 아니라 설계 오류로 판명나면 리콜 자체를 새로 시행해야 한다. 미국 내 비영리 자동차 소비자단체인 워싱턴자동차안전센터(CAS)가 문제 제기한 차량 화재에 대한 조치까지 더해지면 리콜 대상 차량은 최대 290만대까지 늘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모든 차량 대상으로 엔진 교체를 실시해야 하고, 리콜 비용은 8조~9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리콜 비용만이 아니다. 리콜 은폐·축소에 대한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 배상도 질 수 있다. 미국 법무부가 물리는 과징금에는 상한선이 없다. 과거 토요타는 급발진 결함 은폐로 1조원대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폭스바겐그룹은 디젤게이트 사건으로 4조원대 과징금을 물었다. 현대·기아차도 천문학 규모 액수의 과징금을 부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의 악재는 세타2 엔진 리콜 외에도 산재해 있다.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 수익 악화로 올해 경영 실적은 1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4분기 역시 미-중 무역 갈등 고조에 따른 글로벌 교역 부진과 선진국의 긴축 기조 지속 등으로 인해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연말까지 실적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배구조 개편도 다시 진행해야 한다. 올해 초 현대모비스를 최상위 지배회사로 두고 현대차와 기아차로 이어지는 단순 구조로 전환,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지배구조 재편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엘리엇, ISS, 글라스루이스 등이 반대하면서 전격 철회했다. 현재 국내 대형 로펌, 회계법인, 자문사 등으로 구성된 새로운 태스크포스(TF)가 준비하고 있지만 대주주 설득, 사업성, 비용 등에서 여러 문제를 겪고 있다.

제네시스 미국 판매 부진, 광주형 일자리, 미래차 기술 부족 등은 다른 위험 요소와 비교하면 작게 느껴질 정도다.

악재는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다. 현대차는 이달 들어 주가가 10만원 아래로 떨어졌고, 시가 총액은 19조8300억원까지 줄었다. 한때 삼성전자에 이어 2위이던 시가총액 순위는 포스코, 신한지주 등에 뒤진 10위까지 밀려 났다. 기아차 역시 시가총액이 11조원대까지 줄면서 국내 시총 29위로 떨어졌다.

지금까지 악재는 불투명한 경영이 불러왔다. 과거 숨겨 온 잘못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위기로 현실화한 것이다. 아직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여러 악재까지 닥치게 되면 현대차그룹은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된다. 잠재돼 있는 위험을 막기 위해서라도 현대차는 더 정직하고 투명해야 한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