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창업자를 도와주는 다양한 전문회사도 함께 대두되고 있다. 액셀러레이터, 인큐베이터, 컴퍼니빌더, 벤처캐피털 등과 같은 일련의 회사가 여기에 해당한다. 인적·물적 자원이 어느 때보다 부족한 창업 초에 다양한 관련 기업으로 하여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너무 다양한 기업 형태가 존재하다보니 이 과정에서 창업자에게 본의 아니게 혼란을 야기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사실 액셀러레이터, 인큐베이터, 컴퍼니빌더와 같은 개념은 학술적인 용어라기보다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전개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용어다. 특정 회사가 창업자를 조력하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이를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지칭하면서 탄생한 용어거나 관련 업태를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낸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동일한 개념으로 분류되는 회사라 하더라도 세부 지원 프로그램의 방식과 내용은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다. 많은 창업자가 혼란스러워하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어떤 부류의 회사를 선택해야 보다 유용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더 나아가 어떤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해 주는 회사를 선택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것이다.
이에 대해 최근 유용한 대답을 제공해 주는 연구 결과가 하나 발표됐다. 조지아대, 노스캐롤라이나대, 위싱턴대 세 학교의 연구진은 동일한 액셀러레이터로 분류되는 일련의 회사를 대상으로 이들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창업자 성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분석결과, 여러 액셀러레이터 중에서 표준화된 프로그램을 구축해 제공하고 있는 회사 성과가 더욱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액셀러레이터 중에서는 창업자의 사업 분야 내지 사업 내용에 따라 그때그때 맞춤형으로 다른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회사가 있다. 하지만 본 연구 결과에서는 사업자의 업종 내지 사업 내용과 무관하게 창업 초에 필요한 내용을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제공해 주는 액셀러레이터가 더 높은 성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으로 지원하는 회사가 상호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액셀러레이터일수록 더 높은 성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액셀러레이터 중에는 창업자의 사업 아이템에 대한 보완 유지 등을 위해 지원하는 스타트업 간 교류 기회를 차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업종이 다르고 아이템이 다른 회사 간 교류 기회가 커다란 이점을 유발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업 내용과 업종이 다른 회사라 하더라도, 액셀러레이터가 지원하는 회사가 어떠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성장하는지를 상호 교류하고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때, 지원하는 회사가 더욱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을 비록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회사라 하더라도 여타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다른 회사도 이러한 사실에 자극을 받거나 고무돼 분발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할 때, 우리는 창업 초 어떠한 조력자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어떠한 조력 프로그램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가능하면 개방적으로 여타 지원 회사의 성장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프로그램과 표준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회사로부터 조력을 받는 것이 유효하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정호 KDI전문연구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