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와 텐센트는 매년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음력설) '훙바오 전쟁'을 벌인다. 붉은색 봉투를 의미하는 훙바오는 중국인이 세뱃돈이나 결혼식 축의금 등을 줄 때 '복(福), 길(吉), 재(財)' 등이 적힌 붉은 봉투에 넣어 주는 관습에서 유래했다. 모바일 간편 결제가 대세인 요즘에는 위챗 등 모바일 메신저 송금 기능을 일컫는 용어로 굳어졌다.
알리바바는 올해 중국 국영방송국(CCTV) 설 특집 프로그램 '춘완'과 제휴, 1000억원에 이르는 훙바오를 시청자에게 뿌렸다. 위챗페이를 서비스하는 텐센트 역시 이에 못지 않은 규모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온 가족이 모여서 시청하는 TV 방송 화면에 훙바오 전송용 QR코드를 띄우고 아이돌이나 유명 연예인이 나와 받아 갈 것을 독려한다.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이라도 자녀와 손자·손녀에게 자연스럽게 이용 방법을 배우며 훙바오를 주고받는다. 이용자에게 뿌려진 훙바오는 다시 설 명절 기간에 오프라인 가맹 상점 등과 연계한 이벤트로 소비를 촉진한다.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은 중국에서 위챗페이, 알리페이는 그렇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골목 상권 상인이나 노점상도 모바일 간편 결제 플랫폼이 제공하는 단골 관리, 매출 관리 서비스를 통해 생산성 향상 효과를 누린다. 이제 중국에서는 카드나 현금은 배척되는 추세다.
제로페이는 어떨까. 소상공인 결제 수수료 부담을 줄여 주겠다며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가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간이 사업 추진 주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돌아가는 양상은 관치에 가깝다. 정부가 정한 표준과 가이드라인에 반발한 민간 간편 결제 사업자 다수가 대거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시범 사업 개시를 코앞에 두고 사업 실효성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간편 결제를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으로 추진하기에는 시작부터 스텝이 꼬이는 형국이다. 핵심 주체인 소비자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민간 사업자가 자유롭게 경쟁하도록 둬야 한다. 정부 역할은 당초 계획대로 규제나 걸림돌을 걷어 주는 정도면 된다. 수수료 절감 구현 기술은 이미 개발됐다. 기업도 시장 흐름을 읽고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해답은 시장에 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