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네이버 지식쇼핑에 상품 데이터베이스(DB) 공급을 전격 재개했다. 수천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확보한 네이버를 핵심 마케팅 채널로 활용하면서 서비스 커버리지를 확대한다. 전국에 물류센터를 구축하며 배송망 확보에 집중한 쿠팡이 온라인 인프라 확장에도 속도를 낸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23일부터 네이버쇼핑 상품 검색 서비스에 자사 상품 DB를 제공한다. 제휴 중단을 선언한지 1년여 만이다. 쿠팡을 대표하는 '로켓배송'을 포함해 총 233만여개 상품 정보를 네이버 가격비교 기능으로 확인할 수 있다. 쿠팡은 해당 상품이 실제 판매로 이어지면 2% 수수료를 네이버에 제공하게 된다.
쿠팡 관계자는 “네이버 제휴는 마케팅 채널 확대 전략의 일환”이라면서 “그동안 쿠팡을 이용하지 않았던 더 많은 고객이 우수한 로켓배송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2015년 8월 네이버쇼핑과 처음 제휴를 맺었다. 하지만 다음해 11월 상품 DB 제공을 중단하면서 한 차례 결별했다. 쿠팡 온라인·모바일 채널을 직접 방문하는 고객 수가 네이버를 경유해 들어오는 규모보다 많아 마케팅 효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쿠팡의 재입점을 네이버라는 초대형 채널을 발판으로 시장 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으로 풀이했다. 최근 '가격비교' 서비스로 미리 가격을 확인한 후 구매 채널을 결정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네이버쇼핑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2015년 인터파크, 11번가, 이베이코리아도 네이버 모바일 지식쇼핑에서 한 차례 철수했다가 재입점한 바 있다.
쿠팡은 그동안 축적한 로켓배송 브랜드 인지도와 고객 신뢰도, 가격경쟁력이 가격비교 서비스에서 경쟁사를 앞설 것으로 판단했다. '쿠팡맨'을 앞세운 배송 서비스도 차별화 요소다. 동일 상품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면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신속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을 선택할 공산이 크다. 쿠팡이 네이버쇼핑과 다시 손을 잡은 이유다.
네이버는 쿠팡과 제휴를 재개하면서 이용자에게 한층 정확한 쇼핑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 인터파크, 티몬, 위메프 등 주요 온라인쇼핑에 이어 쿠팡을 가격비교 서비스에 품으면서 온라인쇼핑 업계와 공생 구도를 공고히 다지게 됐다.
전자상거래 업계의 가격비교 서비스 종속은 한층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쇼핑은 물론 대형마트, 백화점, 가전양판점 등이 속속 시장 경쟁에 뛰어들면서 치열한 가격·상품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온라인쇼핑 고객 중 40%가량이 가격비교 서비스를 거쳐 상품 페이지에 접속한다. 경쟁사보다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휴 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가격비교 서비스에 입점할 수밖에 없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