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시장에 공급되는 인텔 중앙처리장치(CPU) 도·소매가가 예년에 비해 15%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인텔 6세대 이하 구형 모델 공급 물량은 여전히 부족하다. 수요가 많은 i5 8세대 모델은 소매가 기준 30%라는 고가에 팔리고 있다. 새해 1분기 PC 시장 성수기를 앞둔 국내 중소 PC업체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 공인대리점은 이번 달 국내 중소 PC업체 상대로 지난 8월 초보다 5~15% 높은 가격에 인텔 CPU(6세대 i5 기준)를 공급했다. 인텔 CPU 공급 가격이 고점을 찍은 지난달 초보다는 약 10% 떨어졌지만 평상시 수준인 8월 초보다는 여전히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중소 PC업체는 대체로 물량이 생길 때마다 인텔 공인대리점을 통해 도매가를 지불하고 인텔 CPU 물량을 확보한다. 업체가 활용하는 인텔 CPU 가격은 여전히 높게 형성됐다.
일부 중소 PC업체는 인텔 6세대 i5 CPU 물량을 여전히 확보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인텔 6세대 i5 CPU는 윈도7 위주 PC 생태계가 형성된 공공기관에 공급되는 데스크톱 PC에 주로 쓰인다. 2015년에 출시한 구형 제품인 만큼 제품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중소 PC업체 관계자는 “(7·8세대 이하) 인텔 CPU 구형 모델 물량은 여전히 부족할 때도 있다”면서 “반면에 인텔 i7 모델은 대체로 구하기가 쉬워 i5를 쓰는 기존 모델에 업그레이드해서 적용하는 일도 있다”고 밝혔다.
인텔 CPU는 규모 작은 영세 PC업체에 더 비싸게 공급됐다. 중소 PC업체 가운데에서도 규모 큰 업체는 이달 지난 8월 초보다 5% 상승한 가격에 인텔 CPU를 공급받았다. 반면에 규모 작은 영세업체는 같은 기간 최대 15% 상승한 가격을 지불하고 CPU 물량을 확보했다.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 인텔 i3·5·7(7·8세대 기준) 평균 거래 가격은 29만7000원으로 8월 첫째 주 25만4000원보다 16% 넘게 비쌌다. 가장 인기 높은 인텔 8세대 i5 모델 가격은 11월 둘째 주 30만9900원으로 8월 첫째 주 22만6600원보다 37%(8만원) 비싼 가격에 거래됐다.
인텔 CPU 공급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으면서 국내 중소 PC 업체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삼보컴퓨터, 에이텍, 주연테크 등 주요 중소 PC업체는 3분기 실적이 일제히 하락했다. 업계는 4분기 실적에서는 CPU 가격 인상에 따르는 실적 악화가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인텔 CPU 공급 대란이 8월에 본격화됐고 이달까지 이어진 점을 감안하면 4분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가격 협상력이 떨어지는 영세 PC업체는 더 높은 도매가격에 인텔 CPU를 공급받는 만큼 타격이 더 클 수 있다.
업계는 PC 공급 성수기인 1분기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주로 공공시장에 PC를 공급하고 있는 국내 중소 PC업체는 통상 연간 60%가 넘는 물량을 1분기에 공급한다. 이 때문에 현금결제 등을 활용, 원가를 절감하고 있다.
국내 중소 PC업체 관계자는 “현금 결제 등을 통해 CPU를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확보하려 하고 있다”면서 “다른 부품 가격을 조정하는 등 이익 하락을 막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고 전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