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vs담배 업체' 첨예하게 대립하는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

나오키 쿠누기타 일본 국립보건의료과학원 박사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담배 없는 미래세대를 위한 담배규제 정책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나오키 쿠누기타 일본 국립보건의료과학원 박사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담배 없는 미래세대를 위한 담배규제 정책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과 실험 방법 등을 둘러싼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담배 제조회사와 일부 학자들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일반 궐련 담배에 비해 덜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내 보건복지부, 식품안전의약처를 비롯해 해외 일부 학자들은 그와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소비자 알권리와 논란 종식을 위해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공인된 국제적 실험 방법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7일 해명자료를 통해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는 일반 담배와는 다르며, 대부분 무해한 성분' 이라는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지난 23일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담배규제 정책포럼에서 일본 국립보건의료과학원 나오키 쿠누키타 박사가 밝힌 타르 수치와 실험방법 등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나오키 박사는 해당 포럼에서 국내 식약처 연구 결과와 상반된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성분이 일반담배의 타르와 매우 다르다는 구체적인 분석 결과를 공개해 관심을 끌었다.

나오키 박사는 “담배 배출물 분석결과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는 일반담배에 비해 절반 이하 수준이고 타르 성분은 매우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며 “식약처가 타르로 총칭한 물질이 의약품 등에 사용하는 습윤제 '글리세린'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밝혔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한국 식약처 연구 결과와 상반된 내용임을 지적하는 질문에도 나오키 박사는 “타르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적용하기 애매하다”며 “한국 식약처 연구결과의 타르는 여러 화학물질의 혼합물인 전통적인 타르로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발생하는 것과 다르고 이를 진정한 발열성 타르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나오키 박사는 식약처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인용한 스위스 베른대학교 연구팀의 연구에 오류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의 구조와 성분이 다르고 오류가 확인된 만큼 2단계에 걸친 새로운 배출물 수집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담배와 아이코스, 글로, 플룸 테크에서 발생한 화합물 결과 비교.
일반 담배와 아이코스, 글로, 플룸 테크에서 발생한 화합물 결과 비교.

하지만 복지부는 “2단계 방법으로 배출물을 수집하는 분석방법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시험방법이 아닌, 해당 연구에서 자체적으로 고안한 방식”이라며 나오키 박사의 연구를 반박했다. 복지부 주관으로 치뤄진 포럼에서 복지부가 초청한 발제자의 연구를 공개적으로 부정한 것이다.

특히 복지부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시험방법이라는 주장을 펼쳤지만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국제적으로 공인된 시험 방법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곧 식약처와 복지부가 인용한 스위스 베른대 연구팀의 시험방법도 국제적 공인 시험방식이 아닌 자체 실험이다.

때문에 나오키 박사의 실험방법이 잘못된 방법이라고 단정한 복지부의 의견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해당 실험방법은 지난 1월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국립보건의료과학원이 궐련형 전자담배의 정확한 수분 및 유해성분을 분석하기 위해 일반담배에 대한 국제표준 측정방법인 ISO와 HCI 방식에 추가로 별도 카트리지를 이용한 실험방법으로 확인됐다.

또한 복지부는 나오키 박사는 타르의 구성성분에 차이가 있음을 소개했으나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일반 담배의 타르가 배출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없고 타르에서 글리세린 등을 일부 성분을 제외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합의된 정의와 다르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포럼 이후 보도된 기사에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는 전통적 개념의 타르와 다르다'는 나오키 박사의 주장을 인용했으나 보건복지부의 주장과 같이 '일반담배의 타르가 배출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기사화한 바 없는 상황이다.

담배업체 관계자는 “'타르는 담배 연기를 구성하는 물질 중 니코틴과 수분을 제외한 나머지 물질'이라는 명확한 정의를 밝힌 후, 그 중 글리세린이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기사화한 것에 대해 복지부는 '타르에서 글리세린 등 일부 성분을 제외하는 것'이라고 사실을 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복지부는 '프로필렌글리콜 등 궐련형 전자담배 배출물에서 다수 검출된 성분도 높은 온도에서 가열된 발암물질 등 유해성분이 생성될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나오키 박사는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를 통해 이미 가열된 증기 성분 중 프로필렌글리콜 성분이 검출됐다는 것이고 가열되지 않은 프로필렌글리콜을 언급한 것이 아니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나오키 박사의 분석결과는 니코틴과 타르 함량이 높은 실험용 표준담배와 비교한 것으로 식약처는 표준담배 보다 니코틴과 타르 함량이 낮은 국내 다소비 판매제품과 비교한 것이므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나오키 박사 연구팀은 지난 1월 발표한 논문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와 표준 고타르 실험담배(3R4F) 및 표준 저타르 실험담배(1R5F)의 타르 성분을 각각 측정, 비교한 결과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량은 고타르, 저타르 실험담배의 구분 없이 절반 수준인 것으로 발표돼 차이가 없다는 것이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국제적 기준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계속해서 유해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며 “많은 연구와 실험, 임상 등을 통해 국제 기준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