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유승삼 ICTK 홀딩스 대표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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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ICTK홀딩스 사무실 입구.

30여개에 달하는 물리적복제방지(PUF) 보안칩이 전시됐다. ICTK홀딩스가 10여년에 걸쳐 상용화에 노력한 흔적이다. ICTK홀딩스는 PUF 칩 개발 전문기업이다. PUF 칩은 복제가 불가능한 물리 특성을 이용한 보안장치다. PUF 칩에서 생성된 고유키 값은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다. 사물인터넷(IoT)과 블록체인 등에 들어갈 기반 기술이다. PUF 칩을 상용화한 곳은 세계적으로 손꼽힌다. ICTK홀딩스는 벤처기업으로 이례적으로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PUF 칩 개발에 매달렸다. 이름도 생소한 PUF 칩은 초연결사회 신뢰를 책임질 핵심 기술로 떠오른다. 세계를 선도하는 PUF 칩과 블록체인 플랫폼을 꿈꾸는 유승삼 대표를 만났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유승삼 ICTK 홀딩스 대표

-ICT업계 산증인으로 통한다. 어떻게 ICT업계에 첫 발을 들였습니까.

▲고등학교때 실리콘밸리에 조기 유학을 갔다. 당시 뉴욕이나 LA 등 대도시를 동경했는데 세너제이에 정착했다. 1967년 IT가 태동할 시점이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세너제이 주립대 산업공학과를 다니다 HP에서 인턴을 했다. LED 생산 품질 담당이었다. 그렇게 ICT기업과 인연을 맺고 지금까지 이르렀다. 3개월 인턴을 마친 후 대학 졸업을 앞둔 시점에 HP에서 일자리를 제안했다. 일자리도 주고 스탠퍼드 대학에 갈 학비까지 지원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 인연으로 HP에서 20년을 일했다. 생산관리시스템부터 품질과 영업관리, 마케팅까지 글로벌 IT기업 노하우를 배웠다. 당시 한국 방송국에서 HP를 취재왔다. 당시 순발력 있게 한국 언론의 HP 취재를 도왔다. 이 일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HP 합작사 설립에 참여했다. 1983년 우연한 기회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삼성HP가 설립됐고 실무책임자를 맡았다. 삼성HP 합작 법인에서 8년간 일했다. 1991년 다시 HP 본사로 가서 컴퓨터사업부 전략제휴담당이사로 근무했다.

-글로벌 IT기업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MS때 일이다. 도스 시절에 MS는 완성형 코드를 지원했다. 당시에는 한글 표현에 문제가 없었다. 윈도95를 출시하면서 KS5601C가 완성형 한글코드를 적용해야만 했다. 한글과컴퓨터는 도스 조합형이었다. 윈도는 국가표준 완성형 한글코드 KS5601C였다. 서로 충돌됐다.

다국적 기업은 소프트웨어를 출시할 때 외국어 지원에 상당한 시간과 인력을 소모한다. 이 때문에 MS를 중심으로 내셔널 언어 서포트(National Language Support)를 위한 코드 표준화를 시도했다. 유니코드의 탄생이다. 도스엔 유니코드가 없었다. 유니코드 2.0으로 업그레이드될 때 충돌이 일어났다. 대한민국 국가 표준이 조합형에서 완성형으로 바뀌었다. 한글워드에서 한자와 고어는 물론, 일상 한글 조합이 다 표현 될수가 없었다. 이 사실은 다국적 기업과 한중일 표준이 거의 합의가 된 후 뒤늦게 문제화됐다. 한글워드 대란이 예상됐다. 한국MS는 빌게이츠 회장과 담판을 지어 한글을 완벽히 지원하는데 집중했다. 사용한자와 고어 등 유니코드 표준 영역에 4분의 1을 확보했다. 한글을 완벽하게 지원하게 된데 자부심을 느낀다.

-수 많은 기업의 멘토로 알려졌다. 멘토에 나선 이유는?

▲한국MS를 그만두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면서 잠시 쉬고 있었다. 도처에서 경영컨설팅을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HP와 MS 등 글로벌 기업 성과급제도와 경영전략 등 노하우 전달이었다. 조언으로 시작했는데 계속 그런 일이 늘어났다. 1995년부터 인터넷과 벤처 광풍이 불었다. 벤처 1세대들과 이때 만났다. 창업을 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경영을 지도해줄 사람은 없었다. 벤처 초기에는 금융 관련 인물이 창업에 뛰어들었다. 키움투자 전신인 ITVC에서 고문으로 일하다 KAIST 테크노 MBA 등에서 교수로 강의도 했다. 이후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 대표 멘토를 했다. 당시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는 컴퓨터 바이러스가 증가하면서 회사가 커졌고 급속도로 업무가 늘어나는 회사에 의사 결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조언했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유승삼 ICTK 홀딩스 대표

-오랜 시간 달려왔다. 은퇴를 생각해 봤는가.

▲아직도 은퇴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젊은 사람들과 함께 토론하며 일하는게 즐겁다. 아직 해야할 일이 쌓였다. IoT 시대 한국은 뒤쳐지고 있다. 하지만 보안을 기반으로 깔면 우리가 앞서 갈 수 있다. 1990년대 PC는 있었지만 호환성이 낮았다.

모니터는 LG, 본체는 삼성, 프린터는 삼보였다. 세 가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호환이 제대로 안돼 생산성이 낮았다. 지금 LG 냉장고와 삼성 TV는 아마존 알렉사와 호환되지 않는다.

카카오와도 소통이 안된다. 이들 간 호환성을 확보하는데 PUF 칩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음성인식 AI 스피커는 특정인 목소리는 구분하지 못한다. 그저 특정 명령어에 반응한다. PUF 칩을 사용하면 사람의 목소리가 구분된 것을 토대로 인증을 보장한다.

-좌절한 기억은?

▲HP를 나오고 MS를 그만뒀을 때 힘들었다. 메밀싹을 키우는 회사를 하다 망했다. 그때도 좌절이 컸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글로벌 기업 경력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하고 교만했다. 잘 나갈 때가 가장 위험할 때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잘 나갈 때는 교만해지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지 않고 본인 중심으로 일을 했다. 당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뒤돌아보면 항상 그랬다. 본인 중심으로 일을 하는 식이다. 겸손하지 않았다. 3번의 좌절을 겪고서야 나의 교만과 겸손의 부족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ICT 분야에 있다가 농업에 진출했다. 메밀싹을 키우는 사업을 시작했다. 많은 자산을 투자했다. 농업 근대화를 꿈꾸며 출퇴근 하며 농업을 하는 시대를 그려봤다.

메밀싹은 성인병을 예방하는 건강채소다. 메밀 대표 성분인 생리활성물질 루틴(Rutin)은 활성산소로 실핏줄 내벽을 보완강화해, 혈행을 도와준다.

당시 농업 벤처인 참한싹은 컨설팅했던 벤처 중 하나였지만 메밀싹 잠재력을 보고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파주에 스마트팜 식물농장을 건설하고 수경재배를 했다.

메밀싹 효능은 알지만 사람들은 먹어본 적이 없었고 나 자신도 메밀싹을 대량 생산해 본 경험이 전무했다. 메밀싹을 키울 기술은 있었는데 어떻게 신선하게 보관하고 유통하는지 알지 못했다. 재배를 균일하게 하고 대량 생산 후 유통하는 방법도 제대로 몰랐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스마트팜을 시도한 것이지만, 돌이켜보면 너무 앞서갔고 오만했다. 메밀싹 사업을 그만 둔 후 다시 전략 경영지도와 임원코칭을 시작했다. 다른 기업에 그동안 경험한 다양한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다시 배웠다. 경청을 시작하고 소위 말하는 '꼰대짓'을 안하려 노력한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유승삼 ICTK 홀딩스 대표

-PUF 칩은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됐나?

▲2003년 벤처캐피탈에 있을 때 젊은 청년과 만났다. 그는 이정원 현 ICTK홀딩스 신규사업/재경담당 부대표다. 당시 이 부대표는 PUF 원천기술에 매료됐다. 향후 초연결시대에 세계를 선도할 기술이라고 확신했다. 원천기술을 상용화해 국산 보안기술로 세계화를 계획하면서 나를 찾았다. 내용을 듣고 내가 마지막 혼신을 기울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어 합류를 결정했다. IT업계에 있으면서 항상 문제의식을 가지고 기술을 사회문제에 적용해 해결하는 일을 했다. PUF 칩을 만들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확신했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어찌 보면 안전제일주의다.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PUF 칩은 파괴적 혁신이다. 사업 리스크가 크다. 하지만, 도전할 가치가 있는 것은 해야 한다.

-PUF 칩이 사회를 바꿀 기술로 보는가?

▲IoT 시대에 가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편의성과 보안이다. 보안을 강화하면 호환이나 편의성이 떨어진다. PUF는 보안성은 높이면서 편의성과 호환성까지 잡는 기술이다. 미국, 유럽, 일본 글로벌 기업들의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아직 세계 어디에도 선도기업이 없다. 한국이 종주국이 될 수 있는 분야다. ICTK에 합류해서 원천기술을 상용화하는데 집중했다.

우리는 40여번에 걸쳐 다양한 PUF 칩 웨이퍼를 개발 생산했다. PUF 기술을 실제 칩으로 구현해 기술이 실제로 칩으로 만들어 작동하는지 증명하고 활용 사례를 만들어야 했다. 칩만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었다. PUF 기술과 함께 암호 엔진과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연동하는 작업도 필요했다. 2006년부터 연구된 기술이 2009년 시험성공 하면서 2017년 대량 양산제품이 완성됐다.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보안성이 높으며 저렴한 토종 PUF 칩이 완성된 것이다. 현재 어떤 기업도 이 수준에 오르지 못했다고 자부한다.

지난해 7월 PUF칩 을 상용화한 후 국내 대기업과 중국 대기업 IoT 기기에 적용 중이다.

기계와 기계 간(M2M) 인증에 쓰인다. 예를 들어 드론과 컨트롤러 간 인증이다. A드론은 B컨트롤러만 연결해야 한다. 다른 컨트롤러에 연결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이때 복제가 되지 않는 PUF 칩이 인가된 기기끼리만의 연결을 보장해준다. PUF 칩은 안전한 보안과 편리성을 자랑한다. 또 이 기계의 SW도 안전하게 보호하는 등 키값의 원천적 보호를 통해 다양한 보안 응용 서비스를 구사하고 있다. PUF 칩은 자율주행차 등 편의성에 따른 사람의 안전이 담보가 되어서는 안되는 분야에도 필수라고 본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유승삼 ICTK 홀딩스 대표

-ICTK홀딩스의 미래 모습은.

▲IoT 시대 할일이 많다. ICTK홀딩스는 PUF 칩을 상용화했다. 초연결사회 최대 문제는 ID와 키(Key)관리다. PUF 칩은 안전하게 IoT 기반을 만드는 인프라다. 개인키는 안전하다는 가정하에 시작되는 블록체인의 개인키 보호에도 적용한다. 궁극적으로 P2P페이먼트를 꿈꾼다.

1994년 빌게이츠는 컴덱스쇼에서 '손끝에서의 정보 (Information at Your Fingertips)'라는 연설을 했다. 손끝에서 정보가 나오는 월렛 PC를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가 PUF 칩을 기반으로 현실화할 것으로 믿는다. 두 개 기기에서 P2P로 자금을 이동하는 개념이다. 제3자 개입없이 엄마가 아이 전자지갑으로 돈을 주는 형태다. 이런 인프라를 만들어 시장을 선도하고 싶다. ICTK홀딩스로 초연결시대에 보안 필수 기술인 PUF 기술의 종주국이 되고 싶다.

유승삼 ICTK홀딩스 대표는…

한국 ICT 역사 산증인 유승삼 ICTK홀딩스 대표. 유 대표는 세너제이 주립대 산업공학, 스탠퍼드 공대 대학원에서 경영공학을 전공했다. 삼성전자와 HP 합작사였던 삼성HP 합작 주무 책임자로 컴퓨터 한글화를 비롯해 전문경영인으로 HP코리아 성장 터전을 잡았다. HP 본사 컴퓨터사업부 전략적 제휴 담당이사,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초대 지사장을 지냈고 안랩 경영지도 고문과 안철수 사장 멘토 역할도 했다. 올 초 ICTK홀딩스 대표에 취임했다. 대학 졸업과 함께 세계 ICT 심장 실리콘밸리에서 산업계에 발을 들인 후 40여년을 달려온 그는 아직도 뛰고 있다.

대담=김인순 SW융합산업부 부장 insoon@etnews.com

정리=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