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특히 최근 두 달 동안은 자다가도 악몽에 벌떡 일어나기 일쑤였습니다. 해결해야 할 난관이 많았습니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본부장은 한국형발사체인 '누리', 75톤급 액체엔진과 시험발사체 개발 과정을 '막막함의 연속'이었다고 토로했다. 28일 시험발사체 발사 성공으로 한 시름 놓기는 했지만 그동안 누구보다 무거운 중압감에 시달린 그였다.
고 본부장은 “기술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독자 개발이 필요하지만 그런 만큼 어려움이 많다”면서 “기술 이전이나 조언, 참고사항도 전혀 없이 우리 힘만으로 진행해 난관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가 기억하는 가장 큰 난관은 2014년 발생한 발사체 '연소기 연소불안정' 현상이었다. 연소불안정 문제는 추진제 연소 시 발생하는 이상 현상이다. 심할 경우 엔진 폭발까지 유발하는데 사전 예측이 불가능하다. 오로지 시행착오만이 해결책이다.
그는 연소기 10개를 새로 만든 끝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연소기 설계를 변경하고 제작·시험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6개월이지만, 여러 개를 동시에 만들고 시험하는 방법으로 14개월 만에 문제를 해결했다. 피를 말리는 강행군이었다.
그는 “최근 시험발사체 연기 사태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면서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발사를 강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주변에서 보내오는 우려의 시선이 견디기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시험발사체 발사는 당초 지난달 25일 예정이었다가 기술 문제로 한 달 넘게 미뤄졌다. 외부 시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는 “연소불안정 문제를 겪을 때보다 어려운 시기였다”면서 “28일 발사를 앞두고도 처음으로 시험발사체를 쏘아올리는 일이라 우려를 지울 수 없었다”고 발사 순간의 심정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은 끝난 것이 아니다”면서 “2021년 누리 발사체를 발사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누리호는 3단 로켓이다. 이번에 시험발사한 75톤급 엔진 4기를 엮어서 클러스터링 엔진을 구현해야 한다. 누리호에 장착할 1단 엔진이다. 진동이나 고열 문제, 엔진 간 추력 불균형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고 본부장은 “다양한 문제가 곳곳에서 나타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고생길이 훤하지만 극복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면서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