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한국위해감축연구회는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국회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유한국당 신상진 국회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과 공동으로 ‘위해감축 정책의 성과 및 제도 도입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전통적인 중독관리 방식과는 대비되는 대안적 모델로서 세계적인 중독관리 트렌드가 되고 있는 위해감축 정책에 대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인 논의를 하는 자리였다. 한국위해감축연구회 회장이자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명예교수인 문옥륜 교수가 좌장으로 발제 2인, 토론 6인이 참여했다.
신상진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위해감축은 국내에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독 치료에 있어 목표를 개방적으로 협의하고 실용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접근 방식”이라면서 “국내의 일부 관련 정책들이 ‘모 아니면 도’식의 선택을 강요하는 조급함으로 비난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 이런 정책조급증의 폐해를 극복하고 모든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면서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정책을 고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혜숙 의원은 환영사에서 “각종 위해요소의 감축을 위한 현행 정부 정책의 효과 및 한계 등에 대해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며 “이제는 중독자의 인권 보호를 바탕으로 단지 위해 요소를 근절시켜야 할 대상자가 아닌 위해 요소들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박영범 교수는 위해감축정책의 개념과 함께 분야별로각국의 위해감축 정책 사례들을 소개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위해감축은 1980년대 HIV의 확산에 따라 중독성이 강한 물질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혁신적이고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으며, 모든 위해감축 정책은 근절이 아닌 최소화 또는 감축이 효과적이라는 믿음에서 시작된다.
두 번째 발제자인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강재헌 교수는 “비만 역시 담배, 음주 등과 유사하게 뇌의 쾌락중추의 자극과 연관 지을 수 있는 질병”이라고 밝히며, “국가 차원에서 위해감축을 위한 환경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가 수준에서 환경에 대한 관리의 일환으로 채소, 과일, 고영양 저열량 식품 생산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비만 유발 소비자 광고를 규제해야 하며, 건강식품 구매 및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6명이 참여한 패널 토론에서 첫 토론자인 손애리 삼육대학교 보건관리학과 교수는 “알코올에 있어 ‘금주’보다는 ‘절주’가 현실적 정책 목표로 두어야 한다”며 위해감축 정책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하지만 관용적인 국내 음주 문화 때문에 국민 대다수가 고위험 음주를 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당사자들이 음주 위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하고 절주를 하는 규범을 형성하는 등 국민 건강증진 차원에서의 인식 개선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수근 강북삼성병원 교수는 “위해감축 정책이 오히려 위해 행동을 장려하거나 해로운 행위를 방관할 수 있다는 오해가 있다”며 “위해감축은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의 다양한 위해행위에 대한 대안으로 논의 되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이미 기존의 사용자∙중독자의 완전 금단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적∙정책적 통제와 처벌은 실효성 논란을 빚고 있다”면서, 대안적 관리 모델로 위해감축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특히 홍 교수는 “위해 감축 방식의 핵심은 점증적 개선과 중재적 노력을 위한 상호작용적 과정인 바, 중독자 또는 중독 예방 당사자와 의사∙치료사, 지역사회, 관계기관 간의 다양한 참여와 개선된 관리방식은 기존의 차별적이고 위화감을 기반으로 하는 공무적 중독차단 방식보다 한 단계 격상된 발전적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호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성인 8명 중 1명이 중독 문제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제는 현실적으로 위해감축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독은 개인에서 시작되지만 관련된 피해는 사회적 약자에서 주로 경험되어 지고 불특정 다수에서 예측불허하게 발생하는 바, 중독과 빈곤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좌장인 문옥륜 교수는 토론회를 마무리 하면서 “공중의 건강을 위해 위해근절 보다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위해감축의 방향에 대하여 대부분의 참여자가 동의 하였으며, 중독자의 인권 존중을 바탕으로 앞으로 연구회를 중심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심층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겠다”고 밝혔다.
전자신문인터넷 조항준 기자 (jh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