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불문 IT공감경영/ “당신의 사업계획을 만들어 드립니다”

전공불문 IT공감경영/ “당신의 사업계획을 만들어 드립니다”

고스트라이터(ghostwriter)라고 불리는 작가들이 있다. 초기원고를 퇴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유명인의 자서전과 에세이를 대부분 대필작가들이 쓰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쏟아지는 활자들 속에서 갈 곳 잃은 작가들과 이들이 필요한 유명인들, 그리고 양 쪽을 매개하며 성업하는 출판사까지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지점에서 유령이 탄생한다.

비즈니스세계도 다르지 않아 이런 이해관계들이 움직이는 대필시장이 존재한다. 최근 스타트업의 사업계획서 대필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 모양새다. 이는 해당 기업의 대표 뿐 아니라 연관되어 있는 여러 사람의 미래가 달린 일이므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우리나라 연구개발 지원사업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대표들은 과제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많은 공수가 들어감을 알면서도 기회를 잡고 싶어 한다. 그 과정에서 지금은 어려운 일을 과제를 진행하면서 사람을 충원해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확신과 지원금이니 일단 받아 자금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탐욕도 종종 발동된다.

그러나 스타트업이라면 빠르게 성장하는 가치있는 비즈니스모델을 실험하는 단계에서 시작하므로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하다면 그 밑그림인 사업계획서만큼은 직접 써보아야 한다.

‘내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그 문제를 아름답게 해결하는 경쟁자가 많지 않아 가능성이 있거나, 아니면 시장이 충분히 성장하고 있어서 지금 들어가서 같이 성장할 수 있겠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접근해서 어떤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해내어 향후 몇 년 안에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나가 결국 이런 결과를 만들겠다.’

이건 상식이다. 기술개발이나 사업화는 물론이고 투자를 받기위해서도 빠져서는 안되는 기본이다. 이것을 문서로 나타내는 것이 사업계획서다. 대표가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하는 내용이며 누구에게든 말이 되는지 검증받아 수정하는 과정을 여러 번 겪는 과정이 바로 스타트업이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일을 누구에게 맡긴다는 것인가. 창업초기 여러가지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러나 성장하는 대표들을 지켜본 결과 그 누구도 핵심이 아닌 일에 집중하는 이는 없었다.

한편으론 사업계획서 평가자체에도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많은 경우 창업지원자금은 대부분 짧은 업력의 대표가 이것저것 모두 소화하는 스타트업인 경우가 많다. 그런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연구소 유무나 벤처, 부채비율 등을 묻는 형식적인 항목이 존재한다. 그러다보니 연구소를 설립해주겠다, 벤처인증을 받아주겠다는 컨설팅부터 사업계획서를 잘 써서 통과시켜주겠다는 컨설팅 업체들까지 창업자들이 찾기 전에 먼저 찾아온다.

정부에서는 연구소 설립이나 벤처인증에 대한 비용이 없고 직접 할 수 있는 업무라 하지만 대표 혼자 이리저리 뛰어야 하는 작은 기업에 이런 저런 노하우들을 알려주겠다는 업체들은 언제든 그들을 향해 열려 있다. 부채비율도 마찬가지다. 적은 자본금으로 시작한 기업이 초기 매출이 일어나지 않고 비지니스모델이 안정되기까지 대출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넘쳐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적인 편의를 위해 일정부채비율을 한계요인으로 삼아 접근자체를 막는 것은 행정편의를 위한 안일한 발상이다. 재무제표를 아름답게 포장하기 위한 시도는 멀지 않은 곳에서 유혹한다.

작은 기업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사업계획서도 이런 형편에 맞게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이라면 틀이 아니라 핵심 내용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그런 풍토가 자리 잡을 때 대필작가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대필작가들의 작품이 컨텐츠로써 끝나는 반면 사업계획서는 그것이 시작이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하다. 마치 모두의 이익이 맞아떨어지는 듯 보이지만 한걸음만 더 걸어보면 이런 사업계획은 대필작가료 뿐 아니라 시간이라는 기회비용을 같이 지불하게 되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시간은 우리가 가진 유일하게 확실하며 또한 누구에게나 공평한 자산이다.

전공불문 IT공감경영/ “당신의 사업계획을 만들어 드립니다”

필자소개 : 차은정

이케이허브 대표/ 경영지도사
중앙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MBA)
부산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정평경영컨설팅 협동조합 대표 컨설턴트 평가위원(TIPA, KEIT, IITP, KOCCA)
글로벌 상용소프트웨어 백서 총괄위원(IITP)
前 에스제이나인 대표
前 현대투자신탁증권(現 한화투자신탁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