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카드업계 후폭풍 예상 못했나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로 카드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 당사자인 카드사는 물론 후방 업종까지 입지가 좁아졌다. 밴사에서 밴사 대리점, 심지어 신용카드 모집인까지 구조조정에 내몰리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밴 업체는 특히 사면초가에 몰렸다. 가뜩이나 중계수수료가 줄어든 상황에서 추가 인하가 불가피, 줄도산 우려까지 나왔다. 전자신문이 입수한 국내 12개 밴사 수수료 현황에 따르면 과거 15%대에서 8%까지 대행비가 줄었다. 2016년 9.3%에 이어 지난해 8.7%, 올해 1분기 다시 8.2%까지 추락했다. 카드사는 추가로 20% 안팎에서 인하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대행료는 내년 7%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력 조정도 불가피하다. 밴사와 하위 대리점은 물론 카드 모집인까지 일자리가 연속해서 없어질 위기에 놓였다. 밴 업계에서는 밴사와 대리점에서만 일자리가 1만개 사라지고 1만5000여명으로 예상되는 카드 모집인 상당수가 타격이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연매출 500억원 이하 가맹점 카드수수료를 2%대에서 1%대로 낮추겠다고 확정했다. 금융 당국은 수익이 약 8000억원 줄 것으로 예측했지만 카드업계는 온라인 판매업자와 개인사업자 우대수수료율 적용, 소규모 신규 가맹점 수수료 환급제 등을 감안하면 1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내다봤다.

정부 카드수수료율 인하는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자를 위한 조치였다. 카드업계 반대에도 강행한 배경은 대형 카드사에 비해 이들 중소업체가 소외되고 있다는 판단이 컸다. 공교롭게 수수료율 인하로 밴사와 같은 중소업체와 대리점, 심지어 카드 모집인까지 타격을 받는다면 상황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 이들 역시 카드 가맹점과 같은 영세사업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자생한 카드 생태계 자체가 위협받는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한 번 무너진 생태계를 복원시키기에는 두세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당장 수수료 인하 정책을 되돌릴 수 없다면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후속 대책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