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한반도에서 냉전의 잔재를 해체하고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우리 민족 모두의 인권과 사람다운 삶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소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평화를 통해 인권이 보장되고, 인권을 통해 평화가 확보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세계 인권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은 2003년 12월 1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참석한 이후 역대 두번째다. 이날 기념식은 세계 인권 선언 70주년을 함께 축하하고 우리사회의 인간 존중과 인권문화정착을 도모하기 위해 개최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식민지배와 독재, 전쟁을 겪은 국가 중에 대한민국 정도의 인권 수준을 가진 국가는 거의 없다”면서도 “하지만 가야할 길이 아직 멀다. 한반도의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평화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냉전의 잔재를 해체하고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우리 민족 모두의 인권과 사람다운 삶을 위한 것”이라며 “이는 곧 한반도와 동북아, 더 나아가 전 세계의 자유와 정의, 평화의 기초가 될 것이며, 한반도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와 번영이 함께 실현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인권은 다름을 차별이 아니라 존중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어우러져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며 “인권을 무시할 때 야만의 역사가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역사의 교훈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국가인권위의 독립적인 활동 보장도 약속했다. 그는 “한때 국가인권위가 사회의 중요한 인권 현안에 눈과 귀를 닫고 관료화되어간다는 뼈아픈 지적이 있었지만 다시 약자들 편에 섰던 출범 당시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반갑다”며 “국가인권위는 앞으로도 독립적인 활동을 철저히 보장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세상을 떠난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했다. 아울러 노 전 의원이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연주하는 영상을 시청하고 소프라노 임선혜씨의 축하 공연도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는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과 한국 종교인 평화회의 소속 주요 종교 대표, 인권 관련 단체 대표 등이 참석했다. 국회에서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 심상정 의원, 청와대에서는 조국 민정수석,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등이 자리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