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신성철 KAIST 총장 간 공방은 과기정통부의 고발로 시작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8일 신 총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틀 뒤엔 KAIST 이사회에 공문을 보내 직무 정지를 요구했다.
과기정통부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감사 과정에서 신 총장이 DGIST 총장으로 재임하던 2012년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와 공동 연구 협력 사업을 운영하면서 국가 예산 200만달러(약 22억원)를 낭비, 유용한 혐의를 포착했다.
신 총장은 당시 LBNL이 보유한 고가의 연구 장비인 엑스레이 빔 타임(X-Ray Beam time)을 50%까지 독점 사용하는 대가로 2013년부터 올 3월까지 총 200만달러를 지급했다.
과기정통부는 신 총장이 사용 대가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비위행위가 있다고 봤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신 총장은 NBNL 연구장비 무상 사용 조건 아래 한국연구재단과 대구시·달성군에서 연간 9억원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이후 연구장비 사용료 명목으로 별도의 국가연구비를 편성해 2014년부터 올해까지 22억여원을 제자 임 씨가 근무하는 미국 연구소로 보냈다. 과기정통부는 임씨의 인건비로 활용됐다고 보고 있다.
신 총장은 이달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외국 기관 장비를 사용하기 위해선 운영비를 내야하고 공동 연구 협력으로 국내 연구자가 엑스레이 빔 같은 최첨단 고가 장비를 저렴한 가격에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곳에서 일하는 제자를 위해 200만달러를 지급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200만달러를 여러 차례 나눠 보낼 때마다 교수에게 '장비 사용 수요가 있는지'를 조사한 다음 근거를 갖고 보내도록 했다”고 말했다.
신 총장 혐의는 앞선 과기정통부의 손상혁 DGIST 총장 비위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과기정통부는 부정비리 신고센터를 통해 손 총장 관련 비리 제보를 2차례 받았다. 과기정통부는 감사 결과 손 총장은 펠로우(Fellow) 재임용 부당 지시, 부패신고자 권익 침해, 성추행사건 부적정 대처, 연구비 편성 부적정, 연구비 3400만원 부당집행, 연구 결과 허위 보고 등 비위 사실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했다. 또 DGIST 비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기간제법을 위반해 근로자를 편법채용하고, 행정직원 11명 인건비 19억7000만원을 연구사업비에서 부당 집행하는 등 정규직 전환 가이드를 준수하지 않은 비위 사실도 밝혀냈다.
과기정통부 특별감사 기간 중 DGIST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와 직원, 학생 일부가 감사 중단을 요구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DGIST 교수협의회가 전체 구성원 긴급 비상총회를 개최, 감사중단을 요청했다. 교수협의회는 과기정통부 감사관련 비상총회 배경 설명 및 경과보고를 한 뒤 부당한 감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교수협의회는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부당 감사에 대한 DGIST 교수협의회 성명서'를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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