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를 갖췄다. 정 수석부회장이 당면한 최대 과제는 '지배구조 개편'이다. 이는 곧 경영권 승계와 직결된다.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는 현대차는 현 정부 들어 지주사 전환 압박에 시달려 왔다. 일감몰아주기 또한 현대차를 괴롭히는 단골 메뉴다. 이를 해결하고자 현대모비스를 분할하고,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안을 내놨다. 하지만 미국계 행동주의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시장의 강력한 반대로 이 방법마저 물 건너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정부의 압박이 여전한 상황에 정 부회장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새로운 카드를 내놔야 하지만, 마땅한 돌파구가 없어 고민은 깊어진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임직원과 국내 대형 로펌, 회계법인, 자문사 등으로 구성된 새로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을 수정·보완해 새로운 개편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문제는 엘리엇 등 기존 주주들의 마음을 돌릴 비장의 카드가 있는지 여부다. 금융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비율을 조정하는 형태로 개편안을 재추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엘리엇, ISS 등 해외 자본에서 현대모비스 분할 사업 가치에 대한 가치가 저평가 됐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또 일각에서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가 각각 투자와 사업 부문으로 분할한 후, 투자 부문끼리 합병하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 투자회사는 기아차 지분 33.9%를, 기아차 투자회사는 현대모비스 지분 16.9%를, 현대모비스 투자회사는 현대차 지분 20.8%를 보유하는 구조다. 이후 3개 투자회사를 합병할 경우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지분을 모두 보유한 '현대차 지주회사'가 탄생하게 되는 시나리오다.
이 방식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면서 정의선 수석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다. 다만 이 방안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금지하는 '지주사 금산분리'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