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46>식료품 즉시배달 '인스타카트

식재료를 1시간 이내에 배달해 주는 '인스타카트(Instacart)'는 기업 가치 76억달러(약 8조5000억원)에 이른다. 2012년 창업 후 2년 만에 유니콘기업 반열에 올랐다. 꾸준히 투자받아 확장하고 있다.

[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46>식료품 즉시배달 '인스타카트

인스타카트는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웹으로 원하는 식재료를 고르면 개인 구매 도우미가 물건을 대신 골라 당일 배송을 해 준다. 도시에 따라 한 시간 이내 배송한다. 온디맨드 회사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2017년까지 미국 25개 주 1200여개 도시에서 영업을 확장했다. 지난해 말에는 캐나다 시장의 식품 유통업체 강자 로블로와의 협력으로 많은 식품 유통 회사 제품을 배달, 올해부터 16개 시장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식재료 유통점의 자체 브랜드인 화이트라벨을 상품 공급하던 '우나타'를 인수, 자체 제품을 공급하는 체제도 갖췄다.

인스타카트는 아마존 직원으로 있던 아푸바 메타가 창업했다. 식품 배달계 아마존을 꿈꾸고 있다. 닷컴 초기부터 식품 배달 스타트업이 끊임없이 출현했지만 실패를 거듭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회사의 질주는 특별하다. 닷컴 열풍 속에 탄생한 웹밴과 피팟, 그 이후 도전한 프레시디렉트와 릴레이푸드 등이 한때 주목 받았지만 곧바로 실패하거나 성장이 정체된 채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인스타카트의 성공 요인은 '시간 혁신'이다. 쿠팡의 로켓배송과 같은 개념으로, 대도시에서 1~3시간 이내 배달되도록 했다. 이러한 속도는 다른 회사의 추종을 불가능하게 한다. 창업자 메타는 이를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기계학습 기술을 적용했다. 날씨, 교통 체증, 지역과 스포츠 경기 등 수많은 요소를 분석해서 유통회사가 소비자에게 구매와 배송까지 시간을 분 단위로 추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러한 배달 속도는 특히 어린아이가 있는 부모에게 매우 유용한 경쟁력임이 틀림없다.

문제는 비용이다. 과거 온라인 식품 배달업체인 웹밴, 피팟 등은 신선물류 배송비가 너무 높아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았다. 특히 자체 상품을 배송하는 전력은 규모의 경제에서 밀려 기존 대형 식품 회사 규모의 경제에 비해 열세를 면하지 못했다.

인스타카트 소비자는 안드로이드 페이나 애플 페이로 지불하고, 구매 가격에 10~20% 배송료를 더하는 식으로 시작했다. 인스타카트 성공으로 많은 식재료 기업이 협력에 참여했다. 기존 식재료 유통회사가 자신의 이익을 나눠 온라인이나 앱 구매를 하더라도 오프라인 구매와 가격 차이가 없었다. 즉 인스타카트는 다른 유통회사와의 공존 전략으로 재고의 위험을 지지 않고, 규모의 경제에서 오는 가격 경쟁력 열세에도 시달릴 필요가 없었다.

현재 인스타카트는 월마트의 식재료, 월마트 계열사인 샘스클럽 등 많은 회사가 배달 협력사로 성공하고 있다. 다른 회사보다 빠르고 값싼 배송의 경쟁력으로 기업간거래(B2B) 협력이 주된 성공 요인이다. 인스타카트는 식재료 회사가 아니라 온디맨드 회사로, 식재료 회사에 도전한 닷컴 회사들의 실수를 피하고 있다.

물론 인스타카트의 성공에는 스마트 쇼핑 고객이 크게 확대돼 왔다는 점과 배송 기사들이 공유경제를 활용해 계약직이 아닌 '우버화'하고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인스타카트의 성공은 사업 아이디어의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대변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웹밴이나 피팟의 식재료 온라인 구매 아이디어는 기술과 소비자의 수용 능력에 비해 너무 빨리 시도됐다. 반면 인스타카트는 소비자 교육이 필요 없고 공유경제로 원가를 절약할 수 있는 환경과 혁신 아이디어가 적절한 타이밍에 수행된 결과다. 사업에서 환경의 분석과 타이밍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 준다.

[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46>식료품 즉시배달 '인스타카트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