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 체험해 본 학생들 손 들어보세요.”
“…”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 안성, 평택, 연천 등으로 가면, 한 반에 VR 체험을 해본 학생은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 그마저도 지역 장터가 열린 곳에서 체험을 해봤다는 학생들이다.
정부가 강력하게 4차 산업혁명을 외치고 있지만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어린 학생들은 이 기술이 무엇인지, 증강현실(AR)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지역에서는 기술을 접해볼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교육 현장에서 VR 트럭을 끌고 '찾아가는 가상현실 체험투어' 한창 진행됐다. 경기대 첨단미디어테크랩은 올해 8월부터 11월 말까지 초·중·고등학생 대상 가상현실 등 4차 산업에 대한 진로교육, 전문가 교육, 취약계층 교육, 콘텐츠 제작 등을 도맡았다.
올해는 경기도 연천군 백학중학교 등 30개 학교, 총 2097명의 학생들에게 교육을 제공했다. VR시뮬레이터가 탑재된 특수 트럭, 360영상 감상, 가상현실 게임 등 다양한 기기와 콘텐츠를 학생들이 체험했다.
지역에서는 다른 미디어보다 첨단 산업인 IT 기술 소외가 더 크다. 대중적으로 보급된 스마트폰, TV의 소외는 이제 크지 않다. 하지만 혁신 기술이라고 말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주요 기술인 VR, AR 등은 대도시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혜택을 본다. 비용이 많이 들고 접근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VR 교실에서는 VR 게임부터 콘텐츠 제작까지 경험하게 해준다. 소요시간은 4시간이다. VR 콘텐츠 직접 제작 수업도 가진다. 학생들에게 태블릿 PC를 제공하고 VR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상하좌우로 돌려 보기도 하고, AR 기능을 눌러 교실을 비추며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보기도 한다.
이민영 경기대 테크미디어랩 연구원은 “학생들이 현실과 가상이 구분이 안 될 정도의 기술을 체험하다보니 많이 신기해 한다”며 “다른 수업도 이렇게 VR로 이뤄지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VR 기기를 이용해 보는 것과, 해보지 않는 것은 다르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걸 갖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송종길 첨단미디어테크랩 소장(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은 “학생들이 VR 기술을 접하면서 이런 분야로 시각을 넓혀야 미래 기술에 많은 인재가 올 수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그들이 우리 먹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VR 콘텐츠는 게임, 엔터테인먼트 쪽에 치우쳐 있다. 국산보다도 외산 콘텐츠가 더 많다. 특히 국내 교육용 콘텐츠가 부족한 실정이다. 첨단미디어테크랩은 올해 99주년 삼일절(3·1절)을 맞아 VR 순국선열 콘텐츠를 제작했다.
VR 기기를 쓰면 서대문형무소가 나타나고 안으로 들어간다. 김구, 안중근, 유관순 열사의 옛 모습이 나타나고 리모컨을 이용해 열사를 선택하면 민족 영웅이 직접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첨단미디어테크랩은 내년 삼일절 100주년을 맞아 이 콘텐츠를 좀 더 생생한 모습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