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가 10년 만에 한국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 재진출한다. 국내 서버 제조사가 AMD 프로세서를 탑재한 x86서버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1~2월에 출시한다. 인텔이 독점해 온 x86서버군 시장에서 AMD가 다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쓰리에스코어, 이슬림코리아 등 3개 국내 서버 제조사가 내년 1분기를 목표로 AMD CPU 탑재 서버 제품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AMD가 데이터센터용 x86 CPU 에픽 서버 프로세서를 출시하자 이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 밖에도 10여개 국내 제조사가 별도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쓰리에스코어 관계자는 “AMD 측과 x86용 에픽 프로세서 탑재 서버 판매를 위한 조율을 끝냈다”면서 “우리 외에도 국내 서버 제조업체에서 AMD CPU를 도입하려는 수요가 꽤 있다”고 설명했다.
AMD도 국내 x86서버 시장 재진출을 적극 타진하고 있다. AMD는 10여 년 전 국내 서버 CPU 시장에서 최대 약 30% 점유율을 차지했다. 그러나 차기 제품이 서버 시장에서 선택 받지 못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입지가 사라졌다.
AMD는 지난해 에픽 프로세서를 발표하면서 서버용 CPU 시장에 다시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CPU 코어 집적도를 높이고 싱글소켓 멀티스레드를 대폭 늘리는 등 성능을 개선했다.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처리 속도는 빨라져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제품으로 평가받았다. 지난달에는 세계 최초 7나노(㎚) 공정으로 만든 차세대 에픽 프로세서 제품(코드명 로마)을 발표하며 서버용 CPU 시장 공략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서버 제조업계에서는 AMD 서버용 CPU가 귀환에 성공할 경우 시장 생태계에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0년 동안 인텔 CPU 탑재 제품을 판매해 온 중소 서버 제조사들은 인텔 독점에 따른 가격 협상력 저하를 해결할 대안을 찾아왔다.
최근 서버군에 대한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 범위가 바뀌면서 AMD 재진출에 물꼬가 트였다. 2016~2018년 서버 제품군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 범위는 인텔 제온(Xeon) 프로세서로 한정됐다. AMD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판매할 제품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3년 동안 시행될 중기간 경쟁제품 서버군은 'CPU 1소켓 전체 및 CPU 2소켓 중 클러 2.6기가헤르쯔(㎓) 이하 제품에 한함'으로 합의됐다. 공공시장에 AMD 서버를 판매하도록 문을 열어 놓았다.
국내 서버업계 관계자는 “국내 x86서버 시장은 사실상 인텔 독점 상황으로, 개별 중소업체가 인텔 제온 프로세서 탑재 제품 판매에서 가격 협상력을 갖추기 어려웠다”면서 “AMD가 마케팅 공세를 강화, 경쟁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