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는 계절가전 수요 분산에 집중한다. 성수기보다도 역시즌에 오히려 파격 할인 혜택을 앞세워 소비자 마음을 노린다. 생산과 판매를 시기에 상관없이 넓게 분산시켜 사업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의도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제조사와 유통업계에서는 내년 연초부터 시작할 겨울맞이 에어컨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다.
하이마트와 전자랜드프라이스킹은 새해 1월부터 에어컨 예약판매와 동시에 할인행사를 시행한다. 매년 초 삼성전자, LG전자, 대유위니아 등 제조사가 에어컨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과 맞물려 시행하는 할인행사다. 에어컨 비수기 매출액을 끌어올리는 한편 여름철에 수요가 몰리는 '에어컨 대란'을 경감시키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다.
이들 기업보다 한 발 앞서 겨울철 에어컨 할인혜택에 나선 사례도 있다.
청호나이스는 이달 중순부터 연말까지 '하이파에어컨' 일시불 구매자를 대상으로 40%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현재 하이파에어컨 7개 제품이 40% 할인 대상에 올랐다. 판매가가 330만원에 달하는 청호 하이파에어컨 F3000의 경우 197만원대에 판매한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대규모 에어컨 할인전을 단행했다. 에어컨 역시즌인 겨울에 최대 33% 할인혜택을 앞세우면서 겨울 소비자 눈길을 끌었다.
업계가 큰 폭 할인까지 불사하면서 역시즌 판매 실적을 끌어올리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사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제품이 계절을 타는 것은 업계로서 마냥 반길 일은 아니다. 계절가전 특성상 기후 변화에 따라 한 해 사업 성패가 갈린다. 기후 변수는 예측 불가능하다. 자칫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길 경우 한 해 사업을 망칠 수도 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성수기와 비수기 간 실적 격차를 줄이는 것 뿐이다.
특히 에어컨은 올해 여름에도 대란을 빚었다. 예견된 일이었다. 업계가 여름철 초과수요를 예상해 사전 공급을 늘렸지만 일부 품목은 품귀현상이 발생했다. 여기에 현장에서 빚어진 에어컨 설치 대란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었다. 물량은 대비할 수 있지만 에어컨 설치 인력 확충은 제한적이다. 설치 인력에 있어서는 업계가 대응할 수 있는 여력에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 전언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특정 시즌에 매출이 집중된다는 것은 위험 분산이 안됐다는 의미다. 시장 예측 실패하면 기업에는 치명타”라면서 “제조사로서는 재고 부담 등 각종 부대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실적이 사계절 고루 분산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업계 이 같은 노력은 결과물로 나타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2015년 겨울(2015년 12월∼2016년 2월) 6.4%였던 에어컨 판매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 20.2%로 급증했다. 2015년 여름(6월∼8월) 65.7%에 달했던 에어컨 판매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 41.4%로 떨어졌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