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계절가전 전성시대...시장 규모·소비자 선택지 넓어졌다

서울 용산전자랜드에서 고객이 김치냉장고 이벤트 코너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전자신문DB>
서울 용산전자랜드에서 고객이 김치냉장고 이벤트 코너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전자신문DB>

2018년은 계절가전 전성시대다. 올해는 미세먼지 심화, 습한 초여름 날씨, 계속되는 폭염 등 기후변화 호재가 가전시장 판을 키웠다. 공기청정기는 사계절 스테디셀러 가전으로 성장했고 여름철 대표 가전인 에어컨은 올해 여름에도 품귀현상과 설치대란을 겪었다. 신개념 의류건조기도 미세먼지 여파 등으로 급격히 시장을 키웠다.

계절가전에 뛰어드는 기업체가 늘어나면서 품질 경쟁이 치열하다. 시장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경쟁이 가열되면서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여러 틈새제품도 늘어났다. 소비자 선택지가 넓어지면서 시장 크기도 덩달아 성장하는 선순환이 기대된다.

제조사와 유통업계의 최근 화두는 겨울가전이다. 보일러와 소형 난방가전, 김치냉장고 등이 꼽힌다. 비수기에 접어든 품목은 오히려 공격적으로 마케팅하면서 겨울 실적을 끌어올린다.

◇돌아온 '보일러의 계절'…보일러 판매량 급상승

난방가전 대표 주자는 보일러다. 귀뚜라미와 경동나비엔 등을 중심으로 보일러 시장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날이 추워지면서 보일러 가동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보일러 주문도 늘어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실제 경동나비엔 지난해 실적을 보면 4분기에 가장 큰 매출이 발생했다. 겨울을 앞두고 보일러를 교체하는 수요가 집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전체 매출 6846억원 가운데 4분기에만 2517억원이 발생했다. 전체 매출 36%에 달하는 금액이다. 2016년 4분기 매출액은 2038억원이었다.

귀뚜라미와 경동나비엔은 각각 저녹스 보일러와 콘덴싱 보일러를 앞세웠다. 친환경 보일러를 중심으로 가치 소비 마케팅을 강화했다. 귀뚜라미는 올해 저녹스 보일러 판매 실적이 전년 동기 약 10% 상승한 것으로 자체 집계했다.

경동나비엔의 지난해 콘덴싱 보일러 판매량은 2016년 대비 8.5% 증가했다. 올해에도 이와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에서 고객이 온수매트와 난방용품을 살펴보고 있다.<전자신문DB>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에서 고객이 온수매트와 난방용품을 살펴보고 있다.<전자신문DB>

◇난방비 절감, 소형 난방가전 수요 늘어

때를 만난 건 보일러뿐만이 아니다. 소형 난방가전 수요도 덩달아 뛰었다. 소형 난방가전은 경제성을 강점으로 소비자 선택을 받고 있다. 보일러 대비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진입 장벽을 낮췄고 보일러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

소형 난방가전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짜여졌다. 신일산업, 한일전기, 스팀보이 등 중견·중소기업이 다수 포진해있다. 여기에 전자랜드프라이스킹은 자체 PB브랜드 '아낙'을 앞세워 난방가전 시장에 진출했다. 대기업이 없기 때문에 절대 강자가 없는 시장으로도 평가된다. 중소·중견가전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난방제품이 준비된 만큼 소비자 선택 폭은 넓은 편이다.

올해 겨울가전 시장 흐름은 긍정적이다. 전자랜드프라이스킹에 따르면 이달 1일~16일까지 전자랜드프라이스킹의 난방가전 판매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다. 보일러를 제외한 소형 난방가전 판매 실적으로 전기 난로와 같은 전열기기가 59% 비중을 차지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전열기기는 내부 코일, 램프를 이용해 열을 낸다. 공간 제약이 적고 즉각으로 난방하는 장점이 있다. 전기장판과 온수매트는 20%, 온풍기 18%, 석유난로는 3%를 차지하면서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시장은 온수매트다. 온수매트 시장에는 스팀보이, 일월, 장수돌침대 등 중소기업이 대거 진출했다. 보일러 업계 강자이자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도 온수매트를 취급한다. 양사는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온수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보일러와 온수매트 간 기술이 유사하다”라며 “보일러 보완재로 고객 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온수매트 시장에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김치냉장고, 스탠드형 앞세워 서브냉장고로 변신 성공

김치냉장고 성수기는 10~11월로 초겨울에 걸쳐 판매가 집중된다. 김장하는 시점에 맞춰 김치냉장고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처럼 김치만을 보관하던 김치냉장고 시대는 끝났다. 업계는 이제 스탠드형 김치냉장고를 앞세우면서 김치냉장고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치만을 보관하는 용도가 아닌 다양한 신선식품을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운다.

국내 식습관 변화로 김치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다양한 식재료를 신선하게 보관하기 위한 서브 냉장고 수요는 커지고 있다. 김치냉장고의 변신은 이 같은 시장 흐름을 반영한 조치로 읽힌다.

이에 따라 김치냉장고 대세도 뚜껑형에서 스탠드형으로 넘어가고 있다. 스탠드형 제품은 뚜껑형보다 저장용량이 크고 사용 편의성이 높다. 김치 외에도 다양한 신선식품을 보관하기에는 스탠드형이 유리하다.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비중은 뚜껑형을 압도하고 있다. 판매량 기준 스탠드형과 뚜껑형 김치냉장고 판매량 비중은 2015년 5대5, 2016년 6대4, 지난해 7대3으로 스탠드형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