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신년기획]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신재생에너지 융합 로드맵 수립부터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산업이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융합하고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강력한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신재생에너지 정책 일관성에 기초한 산업육성과 보급 확산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했다. 현재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발전량 자료 확인, 설비 통합관리는 상당히 일반화되고 있으나, 자료를 통해 현상을 분석하고 보완하는 등 인공지능(AI) 기술 접목은 아직 미진하다. 정보를 DB화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한 '4차 산업혁명 기술 융합 초보단계'라고 평가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효율적으로 이용·판매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과 전력시장 자유화, 에너지 프로슈머 확산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와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구체적인 로드맵조차 없다는 게 지금 우리 현실이다.

중국 후베이성 퉁산현에 공급된 한화큐셀 태양광모듈. [자료:한화큐셀]
중국 후베이성 퉁산현에 공급된 한화큐셀 태양광모듈. [자료:한화큐셀]
[2019 신년기획]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신재생에너지 융합 로드맵 수립부터

◇정부대응과 기업준비는 양호, 규제와 전문인력은 부족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시장은 최근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 4차 산업혁명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전력생산 관리에서 효율적으로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전 과정이 연관된다. 인터넷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처럼 전력도 실시간 거래를 하게 되고, 주공급원으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정책 등 정부대응수준에 10점 만점에 6.7점으로 후한 점수를 줬다. 스마트그리드와 신재생에너지 융합사업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에너지신산업을 육성하려는 의지를 높게 평가했다.

기존 전력망에 ICT를 더해 전력 생산과 소비 정보를 양방향, 실시간으로 주고받음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전력망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전력 저장과 전송을 가능하게 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전반에 걸친 혁신이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기업준비도 역시 6.6점으로 평가됐다.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스마트그리드 보급이 이뤄지고 있고, 에너지절감량을 거래하는 수요자원시장 참여기업 증가, 태양광제품 제조업 단계에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한 한화큐셀 사례 등을 감안한 점수다.

그러나 규제를 포함한 시장친화도 부분에서는 낙제에 가까운 4.4점을 획득하는데 그쳤다. 정부가 에너지신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는 강하지만,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기존 전력시장 규제 완화에는 인색하다는 것이다. 전문인력과 기술력은 각각 5.5점과 6점으로 양호하게 평가됐다.

◇4차 산업혁명 기술 적용은 '아직 초보단계' 평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융합이 아직 '초보단계'라고 평가했다. 우재학 한국에너지공단 RPS사업실장은 “ICT를 접목해 발전량 자료 확인, 설비 통합관리 등은 상당히 일반화되고 있으나 자료를 통해 현상을 분석하고 보완하는 AI 기술 접목은 아직 미진하며, 정보를 DB화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윤정원 SK E&S 팀장은 “풍력의 경우 각종 센서를 부착해 기기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유지보수를 선제적으로 진행하는 정도이고, 태양광은 시스템 특성상 아직은 개별 모듈이 아닌 발전설비별 모니터링을 통한 운전 효율성 제고 정도가 적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재호 한화큐셀코리아 팀장은 “아직 해외에 비해서는 걸음마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과거 마이크로그리드, 스마트그리드 개념을 통해 ICT와 신재생에너지원을 통합, 적용하려는 기술적 시도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정우식 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전력 수요와 공급을 효과적으로 예측하고 제어할 수 있는 빅데이터 관련 기술이 아직 미약하고, 블록체인이 전력거래활성화 기반기술이 될 수 있지만 현재는 민간과 기업의 전력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ICT 적용 등은 우수하지만 빅데이터 개방, 유지보수(O&M), 전력 프로슈머 등 비즈니스 창출영역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 적용이 미흡하다는 것이 정 부회장 판단이다.

차동렬 한국풍력산업협회 실장은 “스마트그리드와 IoT 전용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 확대 예정이긴 하나, 현재는 신재생에너지와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는 기초 수준”이라고 말했다.

탐라해상풍력 전경.
탐라해상풍력 전경.

◇전력시장 개편 등 제도개선 시급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신재생에너지산업이 융합 발전하기 위해서는 분산에너지정책에 적합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 개편, 소규모자원 거래 허용, 전력상계제도 개선 등 소비자 참여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속한 관련 입법, 강력한 정부정책의지, 인력양성, 정부 공공 빅데이터 개방, 전력거래제도 개편 등을 주문했다.

정택중 한국에너지융합협회 대표는 “전기요금의 합리적 적용(변동요금제 등)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전제로 국내 에너지신산업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시간 테이블)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강정화 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 역시 “전력시장에 다양한 시장참여자가 생길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태양광모듈 등 단품 수출이 아닌 '신재생에너지-에너지저장-운영시스템'을 패키지화한 솔루션과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정원 SK E&S 팀장은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일정 규모 이상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는 전기기사, 안전관리자 선임이 필요한데, 이를 원격 모니터링 관리하는 4차 산업혁명 업체 활용 시에는 담당자 선임 요건 면제 방식 등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 적용을 필요로 하는 발전단지가 많아질수록 더욱 전문화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등장할 수 있다.

오창우 OCI 상무는 “분산형 전원인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효율적으로 이용, 판매 등이 가능하도록 전력거래 인프라를 먼저 바꿔야 한다”며 “전력시장 자유화, 에너지 프로슈머 등이 가야할 길의 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

<김형진 전라남도 녹색에너지연구원장 “신재생에너지는 4차 산업혁명 에너지공급 핵심수단”>

[2019 신년기획]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신재생에너지 융합 로드맵 수립부터

신재생에너지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가 선진대열에 설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의 끈기 있고 저력 있는 기술수준과 높은 인적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 유지가 필요합니다.”

김형진 전라남도 녹색에너지연구원장은 신재생에너지산업이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도할 수 있는 분야라고 밝혔다.

그는 “전국 어디서나 풍부한 일사량으로 태양광발전에 적합하고, 국제유가에 연동되지 않아 기술수준에 따라 미래 가격예측이 가능하다”며 “세계적으로 급격한 증가추세이고 우리 정부도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추진하며 적극적으로 보급에 나선 부분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신재생에너지산업이 융합되면 에너지원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약점이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태양광은 매일 낮과 밤을 교차하면 발전하고 풍력은 여름과 겨울 계절 차가 크고 평상부하도 일정하지 않다는 '간헐성'을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관리·운영함으로써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4차 산업혁명에서 신재생에너지는 에너지공급과 스마트그리드 핵심인데 기술이행 실태는 태양광의 경우 활발하지만 풍력은 아직 낮은 실증 단계”라고 진단했다.

그 배경은 활발한 보급 확대가 이뤄지지 않아 4차 산업혁명 기술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지역주민 민원폭주로 주민수용성을 넘기가 어렵고, 전기요금이 저렴해 기존 에너지에 비해 경제성이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며 “지자체에 보급 목표치를 할당하고 예산과 허가권을 일임해 주민과 소통하며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산업은 당장 이해득실과 여론에 의해 좌지우지돼서는 곤란하고, 향후 장기적인 안목에서 산업발전을 목표로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