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현재 기업 가치 150억달러(약 16조9000억원)로 현재 306개 유니콘 가운데 공동 10위에 오른 에픽게임즈는 우리나라 블루홀스를 비롯한 5개 게임 유니콘 가운데 독보하는 데카콘이다.
1991년 미국 메릴랜드대 기계공학생이던 팀 스위니는 그의 기숙사가 소재한 지명을 따서 '포토맥 컴퓨터시스템'이란 이름으로 창업했다. 당시 컴퓨터 분야 컨설팅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첫 게임 'ZZT'가 성공, 게임회사로 변신했다. 1992년 에픽 메가게임스라는 이름으로 개명한 뒤 1999년까지 운영하다가 오늘의 '에픽게임즈'로 발전했다. 현재 독일, 일본, 한국, 스웨덴, 영국 등에서 현지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게임회사다.
회사 성장에는 영입된 두 명의 뛰어난 인재가 크게 기여했다. 선두 아이디소프트웨어에서 경험을 풍부하게 쌓은 마크 레인이 마케팅 및 게임 유통업체와의 협력을 이끌었다. 지금도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또 한 명은 15세 때부터 게임을 만든 게임계의 전설이자 그의 게임 명 '클리피B'로 잘 알려져 있는 클리프 블러진스키다. 클리피B는 자신이 17세 때 만든 게임을 팀에 제출하면서 에픽게임즈에 합류했다. 2014년까지 재직하면서 '재즈 잭래빗'이라는 게임을 만들어 1994년에 공전의 히트작을 내고, 이후 '언리얼' 게임시리즈와 2014년 10억달러 매출을 올린 '기어스오브워' 게임을 만들었다. 클리프는 15세 때 닌텐도 월드 챔피언십에 참가해 메사추세츠주에서 2등을 했다. 또 '슈퍼마리오 브로스' 게임 스코어가 999만9950점으로, 1988년 닌텐토 파워 매거진의 인물로 기사화된 이후 '차세대 게임 신'으로 불렸다.
2017년 에픽게임즈가 출시한 '포트나이트'는 무려 2억명 사용자로부터 10억달러 이상 매출을 올리는 등 히트작이 되고 있다.
에픽게임즈가 다른 게임 업체보다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에픽게임즈는 초창기부터 게임을 개발하면서 게임 개발을 쉽게 하는 엔진을 만들었다. '언리얼' '게임스오브워' '포트나이트'는 모두 '언리얼' 엔진을 활용한 작품이다. 에픽게임즈는 이 엔진을 다른 개발 사업자에게도 무상으로 공급하고, 게임이 성공하면 라이선스 사용료를 받고 있다. 한 예로 우리나라 블루홀스 플레이어언노운즈의 '배틀그라운드' 게임은 '포트나이트' 경쟁 제품이지만 '언리얼' 엔진으로 개발됐다. 이 때문에 매출의 5%를 에픽게임즈가 취하고 있다.
현재 최신 버전 엔진에 700만명 이상 개발자가 라이선스를 활용하고 있다. 이는 아마존이 전자상거래 지원을 위해 클라우드 환경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지금 아마존의 핵심 비즈니스이자 전략 자산이 된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픽과 시나리오 제작 등을 다양한 컴퓨터 환경에서 쉽게 처리해 주는 이 엔진은 게임을 넘어 건축, 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할 수 있다. 이 같은 확장성이 미래 가치를 높게 평가 받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디오 게임이 점차 클라우드화 되는 변화에 민첩하게 대처했다. 게임을 클라우드 서비스화 경험이 많은 중국의 텐센트 협력, 텐센트가 지분의 40%를 인수하는 통 큰 투자를 하게 된 것도 회사 가치를 높이는 주요 전기가 됐다.
자금력이 풍부한 에픽게임즈는 이제 제품 플랫폼 회사에서 비즈니스 플랫폼 회사로의 변모를 시도하고 있다. 애플스토어나 구글의 앱스토어에 대항해 게임을 거래하는 에픽게임 스토어를 열어 게임 개발자에게 수입 88%를 가져가는 직거래장을 추진하고 있다.
에픽게임즈는 온라인 게임 시대를 연 우리나라에서 게임 회사를 비롯한 스타트업에 많은 교훈을 시사한다. 하나는 당연히 상품에서 상품 개발 플랫폼으로, 상거래 플랫폼 회사로 이전하는 성장 경로이다. 좋은 플랫폼은 경쟁 회사로부터 돈을 벌게 해 준다.
두 번째는 우수한 인재 영입이다. 창의성 산업인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클리프B 같은 영재를 어떻게 발굴하느냐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 준다. 세 번째는 역시 글로벌 벤처캐피털의 전략 투자 가치다. 텐센트의 막대한 투자는 에픽게임즈의 27년 지식 자산 미래 가치를 인정받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