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시작한 스마트 혁명, 스마트시티가 완성한다.”
10여 년 전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우리 사회는 완전히 바뀌었다. 버스나 지하철이 오는 시간에 맞춰 집에서 출발하고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찾기도 한다. 언제 어디서나 SNS 프로그램으로 단체채팅을 하고 주변의 빈 차량을 찾아 공유차량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논란이 한창인 '카풀'도 스마트폰이 있어 '서비스'로 대중화될 수 있었다. 불과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이를 '스마트 혁명'이라고 불렀다.
이보다도 큰 변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스마트시티가 불러올 스마트 혁명이 그것이다. 사람과 기기가 움직이는 많은 정보가 데이터화되고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이나 기관이 이를 활용해 서비스를 개발한다.
스마트시티가 과거 스마트폰처럼 새로운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기업이나 기관이 자유롭게 각종 정보를 얻고 이를 서비스화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10여년 전 스마트폰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등학생이 버스 도착 알리미 앱을 개발해 출시한 것을 스마트시티 버전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자율주행차나 드론, 로봇과 같은 첨단 기기가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사회를 구현한다.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데이터를 쌓고 활용하게 해주는 기술과 표준도 필요하다.
◇스마트시티 현주소는
신도시는 물론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 단지에서도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스마트시티'라는 홍보 문구다. 집 밖에서 집 내부 전기를 관리할 수 있거나 스마트가로등만 설치되어도 스마트시티라고 부른다. 정부가 백지 상태에서 세워 올리는 국가시범도시만 스마트시티로 불리는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사람을 위한 편리한 서비스를 개발해 스마트시티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양시의 쓰레기 처리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쓰레기통이 가득차면 쓰레기차를 호출해 수거하게 한다. 보다 깨끗하고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출동하는 소방차에 도로 교통 CCTV 정보를 공유한 대전의 사례도 뛰어난 스마트서비스로 각광받았다. 현실과 달리 편리하고 안전한 서비스가 늘어났다고 스마트시티라고 부르지 않는다. 전문가는 '스마트시티'를 편리한 서비스의 완성형 상태로 부르지 않고, 오히려 이와 같은 서비스를 누구나 데이터를 이용해 출시할 수 있는 상태로 말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만들어내는 정보를 개인정보 유출이나 사생활 침해 없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스마트시티 준비 정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전자신문 신년기획 특별 설문조사에서 스마트시티 정부 대응 수준은 평균 6점을 기록했다. 1~10점 중 전문가들이 답한 점수의 평균 수치다. 기업 준비도나 시장친화도는 이보다도 낮은 5, 4.5점으로 각각 나타났다. 그나마 기술력은 6.5점으로 대답 중 가장 높았다.
◇가명 정보, 스마트시티 구현위한 선결 과제
백남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스마트시티센터장은 스마트시티 구현 선결 과제를 '가명 정보'로 꼽았다.
백 센터장은 “스마트시티 구현의 가장 큰 장벽은 제도 부문이 뒤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스마트폰 기반으로 수집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면 기존 공공에서 사용하던 검지기를 별도의 큰 비용 없이 사용할 수 있어 스마트시티를 빠르게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정보 활용이 개인의 문제이면서 거버넌스 문제라고 해석했다. 개인정보를 사생활 없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익명성을 넘어 가명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센터장은 “일례로 CCTV에 찍힌 정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센터에 들어가 확인해야 하고, 경찰이 확인할 수 있도록 법적절차도 거쳐야 해 복잡하다”면서 “개인정보를 가명화하면 공공에서도 이를 오픈해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정보를 가명정보화해서 공공과 민간이 합의하에 책임질 수 있게 하는 그런 e플랫폼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과 개인이 결합해 식별키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 센터장은 “정보를 기반으로 한 공공과 민간 협력이 일어나야 한다. 민간의 각각의 정보를 공공이 활용, 공공이 만들어서 또 민간에게 주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플랫폼 구축 박차
ICT를 기반으로 한 도시 개념은 과거 'U시티'에서도 실현됐다. U시티와 스마트시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황종성 정보화진흥원 연구위원(부산 스마트시티 MP)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넘어서 누구든지 쉽게 사물인터넷(IoT) 데이터를 취득하거나 활용할 수 있게끔 하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신망이나 전기부터 보안 기술까지 기존과는 다른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시티에서는 개인이 활동하는 모든 정보가 데이터화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통신도 보다 저렴한 통신 기술이 적용돼야 한다. 그만큼 데이터가 커지기 때문이다.
황 위원은 일례로 신호등을 들었다. 신호등은 보안시설로 현재 양방향 접근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스마트시티에서는 구급차 같은 긴급차량이 지나갈 때 신호를 신호등에 주고 자동으로 신호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는 “정당한 목적과 선의의 목적으로 쓰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제도를 스마트시티에 맞게끔 바꿔줘야 한다”면서 “이용자 동의를 간단하게 하거나, 사후 대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위원은 “보안을 약화하자는 것은 아니고, 보안을 강화하면서 양방향으로 도시 기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라면서 “이것이 가능해지면 스마트시티 서비스를 만들 때 드는 비용이 확 줄어들 것”이라면서 선순환 사이클을 강조했다. 만약 플랫폼 기반이 갖춰지지 않아 서비스하려는 사람이 기반을 다 만들어야 하고, 제도도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풀어야 하면 그 비용이나 불확실성이 높아지니까 결국은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스마트시티 선순환이냐 악순환이냐 출발점은 서비스 개발자가 도시 플랫폼을 얼마나 적은 비용으로 만들 수 있는가”라고 설명했다.
유은정 연세대 교수는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유 교수는 “스마트시티 생태계 주인공이 될 스타트업 지원도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의 태생 기반과 시장 지향, 보유 기술 분야에 있는 시장 특성을 고려해 차별화된 지원 방향이 제시되면 바람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와 시흥에서 데이터 기반 스마트시티 연구개발 사업 실증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는 기존 기술을 집결시킨 스마트시티다. 이와 더불어 미래 가장 궁극적인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한 데이터 기반 스마트시티 연구개발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스마트시티 국가전략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총 1159억원 규모 연구비를 투입해 한국형 스마트시티 데이터 허브 모델을 개발하는 연구사업이다.
데이터 허브 모델이란 도시 인프라 및 시민으로부터 수집되는 각종 데이터를 통합 관리해 필요한 정보로 재생산하는 '도시정보 통합관리 시스템'을 말한다. 현재 대구와 시흥이 실증도시로 선정돼 연구하고 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네옴, 22@바르셀로나... 세계 곳곳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한창>
유럽·북미·중동·일본·중국 등 세계 곳곳에서 스마트시티 구축이 한창이다. 편리하고 안전한 도시에 첨단 기술을 입히고 도시 재생과 스마트시티 기술을 결합하는 스마트재생, 백지상태에서 스마트시티를 쌓아올리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스마트시티 확산을 위한 국제표준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네옴(NEOM)'은 이제 갓 시작한 프로젝트에 형체도 없지만 계획된 규모만으로도 세계를 압도한다. 지난해 10월 사우디 최고 실세로 알려진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가 5000억달러(약 560조원)에 달하는 투자 규모를 발표해 세상을 들썩이게 했다. 2025년 완공이 목표다. 네옴은 홍해와 아카바만 해안 468㎞를 따라 2만6500㎢ 부지에 개발하는 초대형 스마트시티다. 도시가 사용하는 모든 전력을 풍력과 태양에너지로 충당하고, 식수는 해수를 담수화해 이용한다. 100% 자율주행을 통한 효율적인 교통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도 담았다.
스마트시티로 가장 유명한 프로젝트는 바르셀로나 '22@바르셀로나 프로젝트'다. 바르셀로나 해변가 도시 중심에 위치한 노후된 22구역(포블레 노)을 정보와 지식이 집약된 도시로 재생한 사례다. 이곳은 과거 산업화시절 섬유방직 업체들이 모여 있었던 단지다. 탈 산업화 후 1300개가 넘는 공장이 문을 닫고 슬럼화되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는 이 지역을 재생하기 위해 2000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결과 4500여개 새로운 기업이 몰려들었다. IT를 비롯해 지식집약 기업이 모여들어 5만개가 넘는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다. 이 지역은 세계 최고 스마트시티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2015년 임명된 시장은 바르셀로나 도심 곳곳을 사물인터넷(IoT)과 연결하는 새로운 스마트시티를 구상했다. 시스코와 협력해 도시 전체에 IoT를 적용하는 계획이 대표적이다. 시 전체에 500㎞ 정보 인프라 네트워크를 설치하고 500개의 무선 인터넷 핫스팟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바르셀로나는 시티제니스와 협력해 도시 데이터 관리시스템을 개발키로 했다. 도시 곳곳에 센서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재난정보와 교통정보 등 각 데이터를 수집해 관리하는 모델이다.
곳곳에서 스마트시티가 확산되면서 안정적 구축과 확산을 위한 표준이 필요해졌다. 스마트시티는 도시 공간에서 다양한 서비스와 시스템 간 연계를 통해 운영되기 때문이다. ISO·IEC·ITU 3대 국제표준화기구는 연구모임을 구성해 스마트시티 국제 표준화 논의를 진행 중이다.
영국표준협회는 국제 스마트시티 인증을 개발했다. 최근 세종시가 영국표준협회로부터 '스마트시티 국제인증(ISO37106)'을 획득했다. 스마트시티 국제인증(ISO37106)은 비전, 시민중심, 디지털, 개방 및 협력의 4대 실행원칙과 14개 비즈니스 관리, 9개 핵심 성공요인 기준으로 심사가 진행된다. 종합적 평가 결과를 토대로 성숙도를 측정해 3단계 이상일 경우 '인증'을 받는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